또다시 세계 최강 한국 양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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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세계 최강 한국 양궁1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8.2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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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3년 전 ‘세계 최강 한국 양궁’(전북연합신문, 2021.8.19.)이란 글을 쓴 바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이 코로나19로 1년 늦게 열린 2020도쿄대회에서 우리 양궁 선수들이 4개의 금메달을 딴 이야기다. 2020도쿄올림픽을 보며 느낀 이런저런 아쉬움을 떨쳐내준, 축구에 이어 기어이 챙겨본 양궁 이야기이기도 하다.
2024파리올림픽에선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축구를 볼 수 없기에 아쉬움이 컸다. 나로선 그 아쉬움을 양궁 전 경기를 보내는 것으로 달랬다. 7월 25일 오후 4시 30분(한국시간. 이하 같음. 여자부.)과 같은날 밤 9시 15분(남자부) 각각 열린 랭킹라운드는 지상파 어디에서도 방송하지 않아 볼 수 없었지만, 그걸 빼곤 양궁 전 경기를 봤다.

심지어 날씨로 하루 늦춰진 김제덕 경기까지 보고 나니 8월 2일 새벽 3시 30분이 넘은 시간이었다. 이를테면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도 챙겨 본 양궁 경기인 셈이다. 내가 양궁 전 경기를 챙겨본 건 다름이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번번이 이기는 걸 볼 수 있어서다. 짜릿함과 함께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은근히 자부심을 갖게해주곤 한 양궁 경기라 할까.
2024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양궁 선수들은 전훈영·임시현·남수현(여자대표팀), 김우진·이우석·김제덕(남자대표팀) 6명이다. 남자대표팀은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김우진·김제덕에 이우석이 새로 뽑혔다. 여자대표팀은 2020도쿄올림픽에서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을 보여준 안산·강채영·장민희가 모두 빠지고 3명이 새로 파리올림픽에 나갔다.
이들은 한국 양궁은 물론 세계 양궁의 새 역사를 썼다. 2020도쿄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을 이룬 쾌거였다. 아니 2020도쿄올림픽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을 과시했다. 도쿄대회의 혼성단체전·남자단체전·여자단체전·여자개인전 등 4개를 넘어 남자개인전까지 올림픽 양궁에 걸린 전 종목 5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한 ‘5관왕’의 2024파리올림픽이어서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한국 양궁이 전 종목을 석권한 것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리우) 올림픽 이후 두 번째다. 단, 2016년 당시에는 혼성 단체전이 없었기에 금메달은 4개였다. 이들의 새로운 역사 쓰기는 랭킹라운드에서부터 시작됐다. 임시현과 김우진이 나란히 랭킹라운드를 1위로 통과했기 때문이다.
임시현은 694점을 기록, 64명 가운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임시현은 2019년 강채영이 네덜란드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에서 작성했던 692점을 제치고 세계 신기록을 썼다. 그리고 안산이 2020 도쿄올림픽 당시 세운 올림픽 기록(680점)도 깼다. 김우진도 686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김우진은 10점을 43발이나 명중시켰고, 엑스텐은 17개를 쐈다.
먼저 양궁 여자 대표팀은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1~2세트를 이겨 우승 기대감을 한껏 갖게 했다. 그러나 비기기만 해도 이기는 3세트에서 끝내지 못했다. 이어진 4세트에선 임시현이 10점을 쏘지 못해 연속으로 중국 선수에게 승점 4점을 내주었다. 그야말로 피 말리는 슛오프에서 마침내 극적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2021년 도쿄, 2024년 파리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수확한 것으로 내리 10연패를 이뤄낸 것이다. 어찌 대단하고 놀랍지 않겠는가? 장하다, 한국 여자양궁 10연패!
미국 방송 NBC는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멤버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만약 어떤 스포츠가 한 국가에 지배된다면 바로 한국 여자 양궁”이라면서 “미국 남자 농구도 2004년 동메달에 그쳤다. 한국 여자 양궁은 2028년 LA 올림픽에서도 우승해 40년 동안 단체전을 지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궁 남자 대표팀은 여자 단체전에 비해 좀 싱거웠다고 할까, 아무튼 순조롭게 풀어나갔다. 가령 중국과의 4강전은 3세트서 5대 1로 이겨 결승에 진출했다. 프랑스와 겨룬 결승전 역시 3세트서 5대 1로 이겨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이우석이 10점을 6회 연속 쏜 게 결정적 승리 요인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리우, 2021년 도쿄에 이어 달성한 내리 3연패다.
도쿄올림픽부터 새로 생긴 혼성단체전(김우진·임시현 출전)의 위기는 뜻밖에도 16강전이었다. 대만과 4대 4로 비겨 슛오프로 8강 진출이 이루어져서다. 8강전과 4강전 모두 6대 2로 이기고 올라간 결승전 상대는 독일 선수였다. 4강전과 결승전에서 첫발 8점을 쏘는 등 임시현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결승전답지 않게 6대 0으로 독일을 이겨 금메달을 차지했다.
도쿄올림픽에 이은 혼성단체전 2연패다. 8강·4강전에서처럼 한국팀이 첫 세트를 내주어도 이후부터 상대 선수들이 ‘알아서’ 쫄아버리거나 움추러드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이 뿜어내는 괴력의 아우라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개인전 등 못다한 이야긴 ‘또다시 세계 최강 한국 양궁2’에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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