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다시 맡은 홍명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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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다시 맡은 홍명보 감독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7.2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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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한국·일본·호주·이란 등 아시아 국가의 몰락도 이변이라 할만하다. 특히 4강을 목표로 한 일본이나 8강까지 가보겠다고 벼른 한국의 1무 2패 성적이 그렇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본의 외국인 감독은 즉각 물러났다. 홍명보 감독은 귀국 후 유임으로 정리되었다가 1주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홍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귀국 현장에서 ‘한국 축구는 죽었다’는 비난을 만나야 했다. 오래 전 일이지만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자책골을 넣은 콜롬비아 선수가 귀국하여 총에 맞아 죽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 탈락한 러시아 감독이 청문회에 불려갈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홍 감독 사퇴 역시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 해결의 전부는 아니다.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분노와 슬픔이 자욱했던 사회 분위기가 겹쳐 16강 탈락이 더 멍울을 만들었다. 올림픽이 그렇듯 월드컵 역시 단순히 선수들 기량 대결의 문제가 아니다. 보다 ‘국가적인’ 프로젝트 아님 이벤트라 해야 할까.
말할 나위 없이 이제 털어내야 한다. 전문가(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진단에 따르면 “홍명보 축구의 가장 큰 실패는 과거의 승리에 대한 추억과 경험에 지나치게 의지한 것”(한국일보, 2014.7.11.)이지만, 경기면에서 가장 아쉬운 건 따로 있다. 한국 축구가 유독 세컨볼에 약하거나 아예 무시한다는 점이다.
벨기에전만 해도 그렇다. 벨기에 선수 1명이 퇴장당한 유리한 싸움인데도 한국은 0대 1로 패했다. 그 실점은 김승규 골키퍼가 쳐낸 걸 문전 쇄도한 벨기에 다른 선수가 슛하여 골로 연결시켰다. 그런 세컨볼은 축구 강국들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상대 골문을 향해 죽어라 슛하고 나면 상황 끝이다.
계속 득점에 실패하는 코너킥도 비슷하다. 가령 열 번의 코너킥 기회에서 1골도 얻지 못했으면 전술상 키커를 바꿀 필요가 있지 않나? 가령 기성용이 코너킥 키커이면 그를 교체하는 전술이 필요한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바뀌지 않는 게 그렇다. 전술의 부재 내지 ‘똥고집’이란 비아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위는 ‘브라질 월드컵 16강 탈락을 보며’(한교닷컴, 2014.7.21.)란 글의 일부다. 오래 전에 쓴 글을 새삼 읽어본 것은 대한축구협회가 7월 7일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홍명보 울산현대 감독을 내정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0년 전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실패한 홍 감독을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7월 8일엔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 총괄이사가 홍명보 감독 내정과 관련해 언론 브리핑도 했다. 이로써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황선홍·김도훈 감독 등 임시 사령탑으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등 표류했던 남자축구 대표팀은 5개월 만에 정상을 찾게 됐다.
“먼저 결정을 해준 울산 구단에게 감사드리고, 울산 팬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한 이 총괄이사가 밝힌 홍 감독 선정 이유는 8가지다. 빌드업 등 전술적 측면, 원팀을 만드는 리더십, 연령별 대표팀과 연속성, 감독으로서 성과, 현재 촉박한 대표팀 일정, 대표팀 지도 경험, 외국 지도자의 철학을 입힐 시간적 여유의 부족, 외국 지도자의 국내 체류 문제다.
이 총괄이사가 삼고초려하듯 간곡히 설득한 끝에 완강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던 홍 감독의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홍 감독은 오는 9월 5일 홈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과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부터 지휘하게 된다. 홍 감독은 오는 2027년 1∼2월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2년 6개월가량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울산현대를 선두권에서 이끌고 있는 홍 감독을 중간에 ‘빼온’ 셈이어서 좀 아쉽긴 하다. 울산현대 팬들의 반발도 그렇지만, 김도훈이나 박항서처럼 현재 소속이 없는 감독들을 자연스럽거나 순리적으로 선정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다. 그럴망정 홍 감독이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한 것에 대해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홍 감독의 축구 인생을 요약해보자. 홍 감독은 고려대 시절부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나설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1994년 프로축구에 데뷔하자마자 포항의 우승을 이끌며 신인왕과 최우수선수를 동시에 수상했다. 미국과 프랑스 월드컵까지 출전했다. 특히 2002 한일월드컵 주장을 맡아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은퇴 이후에도 홍 감독은 제2의 축구 인생을 성공적으로 펼쳤다. 축구협회 이사를 맡아 행정 업무를 익혔다.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한국 최초의 동메달을 따냈다. 이후 홍 감독은 2013년 성인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의욕적으로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다.
당시 한국이 속한 H조는 러시아·알제리·벨기에로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이었지만, 그러나 1무(러시아전) 2패로 예선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랬던 홍 감독이 10년 만에 다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홍명보호, 과연 좋은 선택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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