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 회장의 중도사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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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총 회장의 중도사퇴2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7.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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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박정현 한국교총 회장은 6월 27일 “제 지난 과오와 실수로 한국교총과 회원님, 그리고 전국의 선생님들께 심려를 끼치고 명예에 누를 끼친 데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진사퇴했다. 12년 만에 한국교총 회장 이야길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왜 박 회장이 당선 1주일 만에 한국교총 회장을 중도사퇴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박 회장이 공식 첫 행보로 전주를 방문한 지 사흘후 “고3 제자에 ‘사랑한다’ 쪽지… 이런 분이 새 교총 회장”(한겨레, 2024.6.24.)이란 기사를 접하게 됐다. 박 회장이 2013년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하던 중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아 인근의 한 중학교로 전근을 갔다는 내용이다. 독자들 이해를 돕기 위해 그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박 회장이 견책 징계를 받은 건 고3 학생에게 ‘사랑한다’는 내용 등이 적힌 쪽지를 건넨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학교 쪽은 이 사안을 공론화하지 않고 박 회장을 전근 보내는 조치로 끝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가 지병이 있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알았다가 수능 이후 사건의 내용을 알게 됐다.
당시 박 회장으로부터 지도받았던 제자들은 그가 교원단체를 이끌기엔 적절치 못한 인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ㄱ씨는 “그 쪽지를 발견했던 학생은 오히려 학교로부터 ‘너는 왜 수업에 안 들어가고 면학실에 있다가 이런 것을 발견했냐’며 책임 추궁을 당했고, 그런 학교의 대응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갑자기 담임이 사라진 다른 학생들도 당혹감을 느끼긴 마찬가지였다. 그가 피해 학생들에 대한 사과도 없이 교총 회장이 됐다는 점에 화가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제자이자 현직 교사인 ㄴ씨도 “교총은 왜 제대로 자질 검증을 못했는지 의문이고 어쩌면 그들에겐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건가 싶기도 하다”며 “이런 문제를 일으킨 인물이 교총의 회장을 한다면 교총이 외치는 말에 대한 신뢰도 또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6월 22일 입장문을 내 “한 제자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쪽지를 보내 응원하고 격려했는데 과했던 것 같다”며 “저의 부족함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제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과 같은 부적절한 처신을 제자에게 한 일은 결코 없다”며 “저의 부족함을 반성·성찰하며 지난 실수와 과오를 바로잡고 지금까지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자를 향해 응원과 격려를 했을 뿐”이라는 박 회장의 해명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이 한겨레(2024.6.26.) 보도로 다시 드러났다. 박 회장이 과거 제자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편지 12장의 사본을 입수해 살펴봤다는 한겨레 기사는 충격 그 자체다. 언사(言辭)로만 보면 아주 빼어난 연애편지를 방불케 해서다.
가령 박 회장은 제자에게 “점호가 진행되는 동안 당신이 늘 오는 시간에 엄청 떨렸어. 이런 기다림과 떨림이 사랑이 아닐까?”,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모습을 보며 주변에 있는 다른 애들이 전부 소거된 채 당신만 보이더라.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싶었어” 등의 문구를 담은 편지를 고3 제자에게 보냈다.
또 “나의 여신님을 봤어요”, “반갑게 손 흔들지는 못했지만 당신도 나를 보고 있다는 거 알아요”, “당신의 사람이라는 것이 영광이에요”, “보고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네”, “어제 기숙사에서 자며 자기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고 있어요” 등의 내용도 있다.
편지 전문이 아니라 발췌된 문구들이기에 전체 문맥이나 행간의 의미를 읽을 수 없긴 하지만, 담긴 내용이 일반적이지 않은 건 분명하다. “편지에 담긴 내용은 교사가 제자에게 하는 응원과 격려와는 동떨어진 것이 대부분이다”라는 기자의 말에 수긍이 간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박 교총회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6월 24일 “이 사건이 있을 당시 박 회장은 유부남이었고 자녀도 있었던 걸로 알려졌다”며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교총의 수장으로서 교원·학생·학부모·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느냐. 자진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따로 추가 해명을 내놓지 않은 박 회장이 강 의원 질타 3일 만에 전격 자진사퇴한 것이다. 편지 내용이 알려지면서 교총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100건 이상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글 등 거센 반발도 전격 자진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나 정치권과 다르게 발빠른 사퇴로 책임지기에 나선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할까.
교총은 “최대 교원단체로서 책임과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데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사과드린다. 이를 계기로 교육 발전과 교권 보호에 더욱 노력하는 교총이 되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회장단 선출 과정에서 후보 검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이사회, 대의원회를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차기 회장 선거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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