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 회장의 중도사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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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총 회장의 중도사퇴1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7.0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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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오래 전 ‘한국교총 회장이 돋보이는 이유’(전북일보, 2012.4.20.)란 제목의 글을 쓴 바 있다. 각 당의 총선 공천 과정에서 새누리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안양옥 회장 이야기다. 안 회장은 공천이 곧 당선인 강남벨트중 한 곳인 서울 서초갑(실제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지역구인데도 출마 제의를 거절했다.
“임기를 마치겠다는 18만 교총 회원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새누리당의 공천 제의를 사양한 것이다. 사실은 언론에 보도될 만큼 기사로서 가치조차 없는 당연한 임기 수행이다. 언론에 밝힌 이유말고 또 다른 속내가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게 높이 평가할만한 결단으로 보였다.

안 회장은 “교육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옳은 말이지만, 약속 지키는 일은 교육자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염치를 알고 도리가 무엇인지 실천해나가는 것은 짐승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소중한 일이다. 인간다운 가치이다. 하물며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선출직 공직자임에야 더 말해 무엇하랴!
임기가 끝난 후이긴 하지만, 그 무렵 정진후 전 전교조 의원장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4번에 이름을 올렸다. 선거법 위반 시비가 일었지만, 그 역시 제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교원단체 수장들의 그런 행보가 그들의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교원단체장을 정치판 진출을 위한 정거장쯤으로 생각한다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한 것이다.
안 회장의 불출마가 돋보인 것은 그렇지 않은 이들이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도의회 의원 등을 막론하고 도처에 있어와서다. 한국교총의 경우 이군현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를테면 임기중인 이군현 한국교총 회장의 정치인 변신이 사실상 ‘한국교총 회장이 돋보이는 이유’란 글을 쓴 이유 내지 배경인 셈이다.
이 회장은 2004년 4월 교총회장 임기중 홀연 국회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으로 신발을 바꿔 신었다. 2008년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을 정동영 후보와 맞장뜰 정몽준 의원에게 내주는 ‘수모’까지 겪으며 건진 국회의원직이었다. 2012년 총선에서도 경남의 통영·고성 지역구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이후 2번이나 더 당선돼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또 있다. 2022년 6월 20일 한국교총 첫 현직 초등교사 출신으로 주목받으며 회장에 당선된 정성국 후보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첫 인재영입 인사가 됐다. 정 전 회장은 임기를 1년 6개월가량 남긴 채 중도사퇴했고, 부산 진구(갑)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20년 만에 ‘제2의 이군현’이란 역사를 쓴 주인공이 된 것이다.
더팩트(2024.2.6.)에 따르면 부산학부모총연합회는 정 전 회장의 출마를 두고 “부산은 이미 전국 최초 교육정책들을 펼치며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에 있다”며 “더 좋은 조건이면 언제든 내던질 수 있는 분이 부산 교육개혁을 운운하며 출마하는 것에 학부모 입장에서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 전 회장이 인재영입 당시 신년사에서 “교총에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했음에도 사흘 만에 회장직을 중도 사퇴하고 국민의힘 행을 선택한 것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한국교총 전직 주요 임원은 “한국교총 회장 임기 3년은 회원들과 한 약속인데, 정 전 회장이 이런 기본적인 약속도 지키지 않고 정치권으로 간 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라면서 “한국교총이 자칫 정치권만 기웃거리는 모습으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12년 만에 한국교총 회장 이야길 다시 하게 됐다. “이번 소동(박정현 회장 자진사퇴-인용자)의 근본적인 원인은 내부적으로 후보자의 징계 전력에 따라 출마를 제한하는 등 결격 사유가 있는 후보를 걸러내는 시스템 부재에 있다. 정관 및 시행세칙 등에 관련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을 막지 못했다”(매일경제, 2024.7.3.)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박정현 회장의 6월 27일 중도사퇴 그 연원을 따지자면 국민의힘 대표 후보로 출마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으로부터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멀쩡하게 임기 수행중인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을 ‘인재영입’이라며 정치판으로 끌어들인 장본인이라서다. 정 회장으로 하여금 중도하차하는 불명예를 안긴 셈이라서다.
물론 선거에 나서 당선된 한국교총 회장이 자신을 찍어준 교원들을 배신하고 정치판에 뛰어든 정성국 국회의원의 잘못 역시 작지 않다. 그로 인해 지난 6월 13~19일 한국교총 회장 선거가 다시 실시됐다. 그리고 온라인투표로 진행된 제39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선거에서 38.08%를 득표한 박정현 후보가 당선됐다.
교총 역사상 최연소 회장(1980년생)으로 당선되며 주목받기도 했던 박정현 회장은 6월 20일 첫 행보로 전주를 방문했다. 전북특별자치도 교육청 서거석 교육감과 만나 지역의 관심을 끌었지만, 그로부터 1주일 만에 박 회장의 자진사퇴 소식이 전해졌다. 자세한 이야긴 ‘한국교총 회장의 중도사퇴2’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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