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가 고소한 또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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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결과가 고소한 또 다른 이유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7.0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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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좀 묵은 얘기지만, 제20대 대선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승리로 끝나고 ‘국민이 문제다’(장세진 에세이 ‘뭐 저런 검찰총장이 다 있나’ 수록)라는 글을 쓴 바 있다. 한 마디로 유권자들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분통을 터트린 글이다. 글은 “무릇 유권자들은 때로 대통령을 잘못 뽑기도 한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은 부디 그런 국민의 선택이 아니었길 바란다”로 끝맺고 있다.
사실은 4·10 총선에서도 유권자들의 그런 잘못된 선택이 나오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천만다행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야권 압승(192석) 여당 참패(108석)의 총선 결과가 그걸 말해준다. 얼마나 다행이고, 고소한 일인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댔다. 정권 심판이란 도도한 흐름이 판세를 좌우한 총선이라 할만해서다.

다른 글에서 이미 말했듯 이는 새로 창당한 새로운미래·개혁신당으로 갔거나 국민의힘으로 간 의원들의 민주당 탈당이 온당하지 못했음을 심판한 결과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성싶다. 민주당을 떠난 8명은 하나같이 ‘이재명 사당화’를 탈당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공천 탈락에 대한 분노의 표출 외 아무것도 아닌 낙인(烙印)까지 받은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 내가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잘못 뽑은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 게 아닌가 조바심치며 주목했던 건 소위 탈당파 후보들의 당락 여부였다. 민주당 탈당에 이어 당적을 옮긴 8명중 총선에서 당선된 건 새로운미래의 김종민 의원뿐이다. 그마저도 민주당이 도와준 어부지리 성격이 짙다. 민주당이 부동산 갭투기 의혹이 불거진 그 지역 후보의 공천을 전격 취소해서다.     이를테면 민주당 후보가 경쟁에서 사라진 덕분에 김종민 후보가 당선된 셈이다. 실제로 김 의원은 지난 4월 16일 세종시청을 방문해 최민호 시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새미래는 이번 총선에서 지지를 못 받았다. 제가 세종에서 당선된 것도 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선거구도에서 결론이 난 면도 있다”고 말해 그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나머지 7인의 총선 성적표를 정리해보자. 먼저 국민의힘 김영주 후보는 개표 결과 41.67% 득표율로 54.33%를 얻은 민주당 채현일 후보에게 패배했다. 노동계 출신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국회부의장 등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 또 2004년 17대 국회 비례대표 입성 이후 서울 영등포갑에서만 19·20·21대까지 내리 3선에 성공한 4선 의원이다.
김 후보는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통보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 탈당과 함께 국민의힘으로 옮겨간 김 후보는 패배가 확정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의 잘못된 공천을 알리고자 국민의힘으로 출마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제가 어려울 때 저를 영입해 손을 잡아준 국민의힘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저는 지금도 이재명의 민주당이 저를 배신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옮겨간 이상민 후보는 대전 유성을에서 득표율 37.19%로 황정아 민주당 후보(59.76%)에 패배했다. 이 후보는 20년 전인 2004년 열린우리당 당적으로 17대 총선에 당선된 후 대전 유성구에서만 내리 5선을 했다. 19·20·21대 총선에서는 5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22대 총선에선 3만 8,209표 득표에 그쳐 2만 3,178표(22.57%포인트) 차로 크게 패했다. 이미 ‘이상민 의원을 규탄한다’(장세진 에세이 ‘뭐 저런 대통령이 다 있나’ 수록)에서 말했듯 그 지역 유권자들이 ‘철새 정치인’을 응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생도 그렇듯 정치를 그렇게 해선 안된다는 걸 보여준 표심이라 할까.
게다가 이 후보는 김영주 후보보다 한 수 위 철새 이미지를 남기기까지 했다. 게걸스러워 보일 정도로 국민의힘 입당에 훨씬 적극적이었다. 가령 “김기현 대표는 언론에만 얘기하지 말고 전화라도 한 통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라거나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은 뭐하는 겁니까? 인재가 여기 이렇게 있는데”라고도 했다.
그에겐 한 마디로 ‘엿’이 되어버린 셈이지만, 고소하기 이를 데 없는 총선 결과라 할만하다. “이상민 후보가 민주당에 남았다면 상임고문으로 추대받아 정치 여정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는데, ‘금배지’를 한 번 더 달려는 욕심에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는 누리꾼들 지적에 나 역시 공감한다.
나머지 5인도 마찬가지다. 그들중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만 1만 7,237표로 겨우 13.84%를 득표했을 뿐이다. ‘이낙연 전 대표, 제 정신인가’(장세진 에세이 ‘뭐 저런 대통령이 다 있나’ 수록)에서 이미 비판한 바 있는데, 현실이 된 것이다. 그밖에 부천을 설훈(9,087표, 6.15%), 부평을 홍영표(1만 1,399표, 8.25%), 대전대덕 박영순 (5,824표, 6.01%) 후보는 모두 10% 미만의 득표율로 나가떨어졌다.
개혁신당으로 당을 옮긴 이들의 성적표도 새로운미래와 비슷하다. 경기 화성정에 출마한 이원욱 후보는 1만 344표(9.22%)에 그쳤다. 남양주갑 조응천 후보도 1만 5,003표(13.18%)로 3위를 기록했다. ‘정권심판론’에 묻힌 유탄 성격의 패배일 수 있지만, 인물보다 민주당이라는 당적이 선거 당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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