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도관의 소박한 바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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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도관의 소박한 바람(2)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7.0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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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 교위
정읍교도소 보안과 상황지원팀 

 

2005년 7월부터 공무원 완전 주 5일제가 시행되었다. 공무원 주 5일제 근무 시스템은 이후 전 사회 영역으로 도입되었으며 주말에 충분한 휴식권을 보장받은 근로자는 그만큼 노동 생산성과 삶의 질이 높아져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도약시키는 일등 공신이 되었다.
허나, 안타깝게도 아직도 주말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공무원이 있다. 바로 교정직이다. 토요접견 제도를 아직도 없애지 못했기 때문인데 2005년부터 20년째 주말의 반쪽을 포기하고 근무해야 하는 전국 교도관이 부지기수(不知其數)다. 수용자 가족과 지인의 편의를 위해서라는 명분인데 시대 상황에도 맞지 않고 공무원 복무 규정에도 어긋난다. 수용자 접견을 공무원 복무규정 근무일이 아닌 토요일에 해주어야 할 의무가 법령에 없음에도 2005년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여 지금껏 해주고 있는 것이다. 어느 공공기관이 민원인의 편의를 위하여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토요일마다 행정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는가?

‘할많하않’(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나 역시 ‘할많하않’의 신조로 조용히 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함을 슬퍼할 수밖에 없다. 가만히 있으면 중(中)이 아니라 상(上)까지도 가는 게 공무원 세계인데 이 현실을 알리고 공론화시켜야 할 책무를 느꼈기 때문이다.
인터넷 화상접견, 스마트 접견, 공중전화, 검열 없는 자유로운 서신 왕래... 현재 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은 절대적으로 보장되고 있으며 토요 접견을 굳이 하지 않아도 수용자 인권증진과 민원인 편의 제공은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다. 참고로 「2024년 교정통계연보」 자료를 인용해보면, 2023년 한 해 교정시설에서 이루어진 총 접견 건수는 무려 2,123,222건이다. 교도관이 충분한 휴식을 누리지 못하고 교도관의 인권이 소중히 여겨지지 않으면 수용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함을 제 1조 (제 1의 원칙)로 삼고 있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은 말 그대로 유명무실(有名無實)일 뿐이다.
스마트폰으로 설정해놓은 명퇴 D-데이 숫자가 어제 875에서 오늘 874로 줄어 있다. 남은 2년 반. 정말 할많하않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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