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은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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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은 너무 길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6.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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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4·10 총선에서 “3년은 너무 길다”며 ‘정권 조기종식론’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이 원내 3당으로 22대 국회에 입성했다. 조국혁신당의 정당득표율은 24.3%로 집계됐다. 국민의미래(36.7%), 더불어민주연합(26.7%)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로써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 의석수 12석을 차지해 제3정당이 됐다.
제3정당이 10석 이상을 확보한 건 2016년 국민의당(38석)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비례 순위 2번에 이름을 올렸던 조국 대표도 5월 30일부터 국회의원이 됐다. 참 세상 일 알 수 없게한 조국혁신당의 원내 3당 입성이다. 그도 그럴 것이 조국 대표가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예비 죄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조국 사태의 교훈’(전북연합신문, 2021.6.24. ‘장세진 에세이 ’뭐 저런 검찰총장이 다 있나‘ 수록.) 이후 약 3년 만에 조국 이야기를 다시 하는 이유다. ‘조국 사태의 교훈’에는 “개혁의 아이콘으로 상징되던 조국 전 장관이 어쩌다가 이리 되었나 생각해보면 짠하기 그지 없다. … 윤석열 검찰이 조국 전 장관 일가를 사지로 몰아넣은 것은 사실”이라는 내용이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의 ‘확증편향’과 먼지떨이 수사에 조국 일가가 멸문지화를 당했다고 확신한다. 딱히 틀린 인식도 아닐 것이다”(한겨레, 2021.6.3.)는 주장에 동의하는 게 있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조국 일가의 멸문지화급 까발리기 수사로 핍박받은 것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이번 총선에서 조국혁신당 돌풍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난 3월 3일 신당 창당대회 무렵만 해도 “정권 심판을 명분으로 조 대표가 정치적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 “정권 심판론이 조국 심판론에 희석될 수 있다”는 비판과 우려, 외면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막상 등판하니 그런 비판적 예상과 달리 당 지지율은 고공행진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제치고 2위로 수직상승했다.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가령 뉴스토마토의 의뢰로 미디어토마토가 3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가 그렇다.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비례대표 투표는 어느 정당에 하겠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9.1%는 조국혁신당이라고 답했다. 국민의미래 28.1%, 더불어민주연합 21.6%를 모두 제낀 1위다.
조국혁신당의 돌풍은 여론조사에 그치지 않았다. 실제로 조국혁신당은 특히 호남 3곳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그야말로 돌풍을 넘어 광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 바람몰이라 할만하다. 호남 3곳의 득표율은 광주 47.72%(더불어민주연합 36.26%), 전북 45.53%(더불어민주연합37.63%), 전남 43.97%(더불어민주연합 39.88%)다.
윤석열 정부에 실망해 윤 정권 심판 여론이 강했던 호남 유권자들이 전략적으로 조국혁신당에 비례대표 투표를 몰아준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광주·전남·전북에서 일당 독점 기득권을 유지해 온 민주당에 대한 회초리 성격도 가미됐다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상당수 유권자들이 정권을 내주고도 안일한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을 조국혁신당 지지로 표시한 것이란 얘기다.
광주 CBS(2024.4.11.)에 따르면 “정권 심판에 힘을 싣기 위해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하지만 비례대표 투표까지 민주당에 몰아주기에는 민주당도 잘한 것은 없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이 조국 대표에 대한 ‘짠함’과 민주당이 못하는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을 내건 게 결국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한겨레(2024.4.11.)에 따르면 “3년은 너무 길다”는 선명한 슬로건은 출구를 찾지 못하던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질렀고, 투표를 포기하려던 야당 지지층까지 돌려세우며 전체 야당 판을 키웠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이 다수 조국혁신당 지지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의 투표 전략은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였다. 이에 대해 조국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더욱 넓힌 배경이라는 평가가 있다. “조국혁신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의 틈새를 십분 활용해, 민주당의 ‘지역구 몫’은 건드리지 않는 것은 물론 더 챙겨주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자기 당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앞의 한겨레)는 것이다.  
‘조국 사태의 교훈’에서 “조국을 감싸고 돌 때가 아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 떠나간 민주당 이탈층, 특히 2030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본격적인 ‘민주당의 시간’을 가져도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끝을 맺었던 나도 조국혁신당의 ‘지민비조’에 따른 유권자였다. ‘3년은 너무 길다’에 반해 기꺼이 표를 준 셈이라 할까.
총선 참패후 처음 입장을 밝혔을 때나 50일 넘게 지난 지금 윤 대통령을 보면 지난 2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크게 달라진 것은 조국혁신당의 원내 3당 입성이다. 조국혁신당이 ‘뭐 저런 대통령이 다 있나’ 탄식이 절로 나오게 하는 ‘검찰정권’을 3년은 너무 길다는 총선 구호대로 조기 종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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