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최근 인기리에 방송된 ‘수사반장 1958’을 다룬 글에서 “또 하나 특기할 건 본방송의 자막 서비스지만, 이에 대해선 따로 이야기”한다고 한 바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 얘길 해보자. 이보다 앞선 지난해 2월 4일 SBS가 ‘법쩐’ 9회 재방송 드라마에 한글자막을 달아 내보내기 시작했지만, 본방송은 ‘수사반장 1958’이 사상 처음이다.
SBS가 재방송 드라마에 한글자막을 서비스하는 걸 보고 신기해하면서도 반가워했다. 한국어로 말을 주고 받는 드라마에 한글자막이 외국영화 볼 때처럼 나오는 게 신기했다. 자막을 읽으므로해서 그만큼 배우들 대사를 100% 알아들을 수 있어서 반가워했다. 일부러 본방사수를 뒤로하고 SBS 재방송을 더러 보기도 했다.
최고 시청률 12.9%를 찍는 등 인기리에 방송됐던 금토드라마 ‘연인’(2023.8.4.~9.2)을 시작으로 ‘연인 파트 2’(2023.10.12.~11.18)에서도 재방송 때 자막을 내보내기 시작했던 MBC 역시 정보전달에 방점을 뒀다. ‘연인’ 측 관계자는 “고어나 방언이 많아 자막과 함께 즐기기에 적합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아무튼 40년 넘게 방송평론을 해온, 그러니까 드라마를 끊임없이 봐온 내 기억으로도 본방송 드라마 자막은 처음이지 싶다. 아니나다를까 한국일보(2024.4.22.)에 따르면 “국내 최초의 드라마 ‘천국의 문’이 1956년 전파를 탄 뒤 지상파 방송사가 한글 자막이 나오는 드라마를 제작해 본방송에 내보내기는 68년 만에 처음”이다.
이런 변화는 “①TV를 보는 시청층이 고령화되고 ②코로나19 팬데믹 이후 OTT 대중화로 드라마를 자막과 같이 보거나 줄거리 위주로 빠르게 돌려 보는 시청 습관이 새로운 문화 표준으로 떠오르면서 생겼다. 반세기 넘게 자막 없이 송출됐던 TV 드라마 시청 문화가 급변한 미디어 환경으로 전환기를 맞은 것”(앞의 한국일보)이다.
그간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청각장애인에게만 제한적으로 드라마 본방송 자막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바야흐로 새 시대가 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재방송에서 SBS보다 한 발 늦은 행보를 보였던 MBC가 본방송은 먼저 치고 나간 자막서비스인 셈이다.
“1971년 첫 방송 후 50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수사반장’을 추억하는 노년 시청자를 TV 앞에 붙잡아 두려는 전략”이 먹힌 셈인 ‘수사반장 1958’의 인기라 할까! 이런저런 이유나 배경이 무엇이든간에 드라마 본방송 자막서비스는 매우 잘한 일로 보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시청자들의 반응도 전해졌다. “(드라마를 보기) 편하다”, “OTT로 자막에 익숙해져 친숙하다”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긴 나부터도 청력에 문제가 있는 건지 우리 집 TV에 하자가 있는지 드라마를 비롯 영화 속 대사가 잘 안들려 불만스러웠는데, 그걸 단숨에 해결해준 자막 서비스라 할 수 있다.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엔 “집중이 안 된다”는 글도 올라왔다지만, MBC는 ‘수사반장 1958’ 시청자 반응을 좀 더 지켜본 뒤 앞으로 방송될 드라마로의 본방송 자막 서비스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니나다를까 밝힌 그대로 ‘수사반장 1958’ 후속으로 5월 24일 시작한 금토드라마 ‘우리, 집’도 자막으로 대사를 내보내고 있다.
‘수사반장 1958’의 본방송 자막 서비스에 뒤통수라도 맞은 듯 SBS도 발빠르게 대응한 모양새다. ‘수사반장 1958’과 동시간대 방송된 금토드라마 ‘7인의 부활’ 9회(4월 26일)부터 본방송 자막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집’과 같은 날 시작한 후속 금토드라마 ‘커넥션’ 본방송도 자막을 달아 방송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한국인의 중심채널’ KBS는 요지부동, 독야청청이다. 좀 다른 얘기지만, 명절 특선영화 편성에서도 도무지 모든 방송사의 맏형이라 할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던 KBS였는데, 그게 떠오른다. 드라마 자막서비스에서도 선도적이긴커녕 흐름조차 따라잡지 않거나 못하고 있어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기도 한다. 가령 SBS ‘커넥션’은 자막서비스로 드라마 내용이 쏙쏙 들어와 박혀 편하게 보고 있는데, KBS 드라마는 그렇지 않다. 얼마 전 끝난 월화드라마 ‘멱살 한번 잡힙시다’를 볼 때 그랬다. 지금 본방사수하고 있는 주말드라마 ‘미녀와 순정남’도 마찬가지다. 이런 불편함을 감내하며 KBS 드라마를 계속 보게될 시청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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