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의원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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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의원을 규탄한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1.2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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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약 2년 전 쓴 ‘민주당이 우물쭈물하는 사이’(장세진 에세이 ‘뭐 저런 검찰총장이 다 있나’ 수록)는 2021년 12월 7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무소속 이용호 의원(남원ㆍ임실ㆍ순창 지역구)에 대한 이야기다. 민주당 복당이 이뤄지지 않자 선수를 친 이 의원의 당적 변경이 주요 내용이다. 민주당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이 의원이 뒤통수를 친 셈이라 할까.
이 의원외에도 신발을 바꿔 신은 국회의원들이 더러 있긴 하다.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간 조경태 의원이나 이언주 전 의원이 얼른 떠오른다. 손학규 전 대표는 그 반대인 경우다. 그야 어쨌든 4·10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이른바 배신의 계절이 돌아오기도 한 것인데, 1월 8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5선의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구을)이 대표 주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의원의 용기와 경륜으로 우리는 개딸 전체주의가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이 의원은 이날  열린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에서 한 위원장의 소개로 입당 소식을 알렸다.
이 의원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입장한 한 비대위원장은 “권력에 맞서는 것은 어렵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라며 “지금의 민주당은 과거 민주당과 달리 개딸 전체주의 주류가 돼버렸고 그래서 이 나라와 동료시민의 삶과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가 돼버렸다. 그것을 막기 위해 용기를 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다선 의원 한 명이 당 옮긴 것이 아니다. 이 의원의 용기와 경륜으로 우리는 개딸 전체주의가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소개를 받은 이 의원은 “집권여당 비대위 자리에 앉게 돼서 개인적으로 영광이고, 가문의 영광”이라며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간다고 그렇게 다부진 생각으로 입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들이 이런 배신과 언어도단, 야합의 정치 행태를 엄중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주류로 종종 같은 목소리를 냈던 조응천 의원도 “민주당도 참 못났지만 용산의 여의도출장소를 자임하는 국힘은 봐줄만한 구석이 있느냐”고 어이없어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논평을 통해 아예 ‘배반과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이 의원을 직격했다.
이 의원은 이보다 앞선 구랍 3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오히려 나아지기는커녕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되어 딱 잡아떼고 버티며 우기는 반상식적이고 파렴치하기까지 한 행태가 상습적으로 만연되었고, 내로남불과 위선적, 후안무치, 약속뒤집기, 방패정당, 집단 폭력적 언동, 혐오와 차별 배제, 무능과 무기력, 맹종 등 온갖 흠이 쌓여 도저히 고쳐 쓰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권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본인 탈당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당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폄하하고 비난하면서 떠난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그동안 당에 대해서 많은 얘길 하셨는데 스스로를 돌아보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옆 지역구(대전 유성구갑) 출신의 조승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자리를 연명하고 모로 가도 국회의장만 하면 된다는 것 아닌가”라면서 “개인의 영달을 위한 탈당”이라고 깎아내렸다. 한 친명계 인사는 통화에서 “5선 정치인으로서 과연 아름다운 마지막을 정리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100% 국민의힘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의원님, 2008년 자유선진당(으로 가더니) 이번에는 국민의힘으로 가는 것이냐”면서 “5선까지 했으면서 그렇게 한 번 더 하고 싶으냐”고 말했다. 5선인 이 의원은 2003년 열린우리당 후보로 당선돼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에서 낙천한 뒤 탈당해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바꿨고, 재선에 성공했다. 2011년 민주당으로 돌아왔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에 이 의원의 탈당 소식이 전해진 직후 그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이 줄지어 올라왔음은 말할 나위 없다. 정치적 선택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러나 선출직이 유권자 선택을 저버리는 건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 더구나 ‘이재명 사당’이라며 당을 뛰쳐나간 사람이 윤 대통령의 직할 체제나 다름없는, 그래서 수직적 당정관계란 걸 세 살 먹은 어린이도 다 아는 그런 국민의힘에 들어가다니, 말인지 막걸리인지 알 수 없다.
이용호 의원때처럼 ‘나갈테면 어디 나가봐라’ 하는 투로 일관한 민주당의 안이하거나 느슨한 태도도 못마땅하지만, 비명계로 그렇게 맘껏 이재명 대표와 17년을 몸담아온 당을 공격할 수 있는 민주정당에 있다가 국민의힘에선 찍소리조차 못낼 각오를 하고 들어간 것인지 전혀 이해가 안된다.
심지어 노망든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자아낸다. 이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은 탈당과 함께 신당 창당에 나선 이준석 전 대표나 불모지 지역구를 아랑곳하지 않고 ‘윤석열당’으로 간 이용호 의원과도 다르다. 탈당을 결행한 이낙연 전 대표 행보와도 구별된다. 신당 창당으로 새로운 도전과 함께 홀로서기라는 점에서다. 이상민 의원을 규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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