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 알려진 큰 병원에 가보면 접수창구 에서부터 각 과의 진료실 문전이며 입원실 마다 환자로 가득 차있다.
감기나 작은 상처 정도로 병원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응급실이나 수술실에는 빈사상태의 중환자가 목불인견의 처참한 몰골도 신음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 세상 사람들이 모두 환자인 것 같고 건강을 되찾으려는 진지하고 심각한 태도들이다. 생명의 끝없는 애착, 생명 유지의 강인한 투쟁 의지를 실감케 해준다.
대의명분을 쫓아 생명을 초개와 같이 던져 순사한 역사적 인물도 있긴 하지만 누구나 없이 생명을 아끼고 끝까지 유지하려 하며 자기 생명을 침해받을 땐 본능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고 방어 한다.
생명보존은 천부(天賦)의 권능이다. 성서에도 ‘한사람의 생명이 온 세상보다 귀하다’ 했고 인간사회의 도덕 내지 법률은 인간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침해를 벌한다고 했다.
이토록 인간사회에선 인간 생명의 존귀성을 제일의적(第一義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므로 세상은 인간을 위해 존재 하고, 인간은 모든 세상을 존재는 기준이며 모든 존재의 중심이다.
이는 자고로 우리 인식의 근간이요 바꿀 수 없는 논리다. 그런데 이렇듯 존귀한 인간 생명이 도처에서 위협받고 침해되고 경시되고 있음을 어찌하랴? 공산 치하에서의 생명권의 인권 유린과 가해는 말할 나위 없다 하더라도 일상의 뉴스를 읽고 들으면 어느 때이고 인명이 손상 당하지 않는 날이 없다.

불가항력적인 자연의 재해나 위협에서라면 논외로 친다하지만 인간적 행위에서 야기 되는 부모 자식간의 갈등은 말할 것도 없고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건, 심지어 초등 여학생 성폭행 살해 사건과 자식이 부모를,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살해했다는 보도들이 날만 새면 신문 사회면을 심심치 않게 장식하고 있다.
돈이 탐나서, 원한, 애정파탄, 지나친 술주정이나 징벌, 실화, 연탄가스, 교통사고, 폭력, 살인, 강간 사건 등등 고의든 과실이든 작위 부작위 간에 인명이 너무도 하찮게 살상 되고 있다.
심지어는 중인환시(衆人環視) 속에 사육하는 개가 어린애를 교살(絞殺)하고 떨어지는 간판에 행인이 중상을 입음에 이르러서는 오직 아연할 따름이다.
그리고 끊임없는 윤화(輪禍)의 보도에는 항시 마음이 불안하다. 차를 타든 걸어다니든 어느 때 어떻게 그 무서운 거마(車馬)에 생명을 빼앗길까 하는 피해 망상이 떠나질 않는다.
문명이 현란한 이 시대에 이처럼 귀중한 생명이 침해를 받아도 완전 방위를 못하고 도를 거듭함을 볼때 인간생명처럼 값어치 없는 것이 있을까 싶어 새삼 회의를 느끼곤 한다.
매스컴을 통하는 그 수많은 건강의 비결, 윤택(潤澤)한 생활의 자랑이 아이러니컬 (ironical) 하게도 인명 손상과 병존(倂存)하는 오늘 그 까닭이 있어서가 아니라 밤에 집에 돌아와 안식 하기까지는 자신의 생명의 존재를 의아하리 만큼 과민한 정신을 안고 사는 우리. 과연 ‘생명은 존귀 하다’함은 한낱 구두탄(口頭禪)으로 그칠 것인가!
우리는 지금 패역(悖逆)하기 이를데 없는 무서운 이 시대상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땅에 떨어진 인륜 도덕, 인명을 귀하게 여길줄 모르는 말세 현상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요즘 우리의 주변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사제지도가 실종된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선생님이 제자로 부터 폭행 당하는 교권 부재 등 슬픈 현실과 인명 경시에 인간 부재의 비정한 범죄형태는 우리들로 하여금 깊은 사색과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