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破竹之勢)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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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破竹之勢) 이강인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11.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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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전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월 A매치 평가전에서 연속 승리를 챙겼다. 10월 13일 튀니지전 4대 0, 17일 열린 베트남전 6대 0 승리가 그것이다. 9월 13일 뉴캐슬(영국)에서 치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1대 0 승)까지 포함하면 3연승이다. 이로써 클린스만 감독 부임후 국가대표팀은 3승 3무 2패를 기록하게 됐다.
덩달아 국제축구연맹(FIFA)이 10월 26일(현지 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10월 FIFA 랭킹도 2계단 상승한 24위에 자리했다. 스타뉴스(2023.10.27.)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달 랭킹 포인트 1533.01점을 얻었으나, 이번 달에는 1540.35점을 획득하며 9월에 이어 연속 두 계단 순위가 올랐다. 이는 2005년 이후 한국축구가 18년 만에 기록한 최고 순위다.

이어진 A매치 3연승으로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논란은 다소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널리 알려졌듯 국가대표팀 사령탑인 클린스만 감독은 툭하면 해외 체류 활동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 비우기로 인한 K리그 선수 체크 소홀 등 근무 방식이 계속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아무튼 10월 A매치 평가전에서 눈에 확 띄게 활약한 선수가 있다. 튀니지전·베트남전 두 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한 ‘클린스만호의 황태자’ 이강인이다. 나는 이미 ‘발군(拔群)의 한국선수 최초 이강인’(전북연합신문, 2023.5.24.)이란 글을 쓴 바 있다. 그런 이강인답게 100% 이상의 기량을 발휘해낸 10월 A매치 평가전이라 할 수 있다.
아니나다를까 “경기 내용 면에서도 이강인은 ‘에이스’라는 수식어를 얻기에 충분했다. 주로 오른쪽 측면에서 뛴 이강인은 특유의 볼 소유 능력과 기술, 돌파력을 앞세워 공격의 핵심 구실을 했다. 한 두 명 정도는 가볍게 제치고, 공간이 보이면 바로 들어가는 날카로운 패스는 ‘예술’에 가까웠다”(스포츠서울, 2023.10.19.)는 평가가 나왔다.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밋밋했던 전반 흐름을 후반 초반 멀티 골로 한순간에 바꿔버렸다. 그림 같은 프리킥 골과 넘어졌다가 일어난 뒤 균형을 잃지 않고 때린 터닝슛은 팬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베트남과 경기에서는 국민 스타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공을 잡고 물 흐르듯 제치고, 돌파하고, 연결하는 모습은 돋보였다”(한겨레, 2023.10.19.)는 또 다른 평가도 있다.
이어 “속임 동작으로 상대를 무력화시키고, 위험지역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수준 높은 판단력과 시야를 과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의 튀니지전 활약에 대해 ‘환상적이다’라고 칭찬했고, 베트남전에서는 풀타임을 뛰도록 했다. A매치 16경기 3골이 더 빛나 보이는 이유다”(앞의 한겨레)라는 찬사도 읽을 수 있다.
이강인이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었을망정 단 1분도 뛰지 못한 걸 떠올려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라 할만하다. 나는 ‘뒷말 무성한 이강인 0분 출전’(장세진 수필집 ‘월드 클래스 손흥민’ 수록)이란 글 말미에서 “아무리 선수 기용이 감독의 고유권한이라지만, 일종의 미스터리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강인 패싱이라 아니 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분명한 사실은 벤투 감독은 자기 나라로 떠나면 그만이지만, 이제 21살인 이강인은 앞으로 10년 이상 한국 축구에서 중용될 중요 자산이란 점”을 강조한 바 있는데, 그게 현실화된 셈이어서 뿌듯하고 흐뭇하다. 이강인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데뷔골 소식도 ‘반짝 활약’의 A매치 평가전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인 이강인은 10월 26일 04시(한국시간) 열린 AC밀란(이탈리아)과의 UCL 조별 리그 F조 3차전에서 후반 44분 팀의 승리를 매듭짓는 쐐기골을 넣었다. 동료가 내준 골을 이강인이 문전 앞에서 왼발 슈팅으로 골대 구석에 정확히 꽂았다. 지난 7월 마요르카(스페인)를 떠나 PSG로 이적한 이강인이 입단 3개월, 5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트린 것이다.
이는 UCL 데뷔골이기도 하다. 놀라운 것은 후반전 교체 투입된 지 약 18분 만에 상대 골망을 갈랐다는 점이다. 그 동안 부상과 대표팀 차출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강인이기에 루이스 엔리케 감독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기 충분한 골이라 할 수 있다.
노컷뉴스(2023.10.26.)에 따르면 이강인은 발렌시아(스페인) 시절이던 2019년 9월 한국인으로 가장 어린 18세 6개월의 나이에 UCL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마요르카로 이적해 한동안 UCL 무대를 밟지 못했다. PSG로 입단하면서 4시즌 만에 UCL 경기를 뛸 수 있었고, 상대 골망까지 갈랐다.
이강인이 UCL 본선 무대에서 데뷔골을 넣은 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같은 만 22세의 나이다. 손흥민은 레버쿠젠(독일) 소속이던 2014년 10월 벤피카(포르투갈)를 상대로 한국인 UCL 최연소 데뷔골을 넣은 바 있다. 당시 손흥민 나이는 22세 3개월이었고, 지금 이강인은 22세 8개월이다.
UCL 데뷔골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진 못했지만 경기 수를 따지면 이강인이 앞선다. 손흥민의 첫 골이 10경기 만에 나온 반면 이강인은 7경기 만이라서다. ‘한국 축구의 새 시대를 알리는 골’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야말로 파죽지세(破竹之勢) 이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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