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전북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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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전북을 버렸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9.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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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11년 전 ‘새누리당의 뼛속 깊은 전북 홀대’란 글을 쓴 적이 있다. 19년 전에는 ‘한나라당은 전북을 버릴 참인가’란 글을 쓰기도 했다. 새누리당과 한나라당은 지금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예전에 사용했던 당명이다. 국민의힘의 전신인데, 제목에서 짐작했는지 몰라도 두 편의 칼럼은 총선 비례대표 공천에서 당선권에 든 전북 인사가 없음을 지적한 글이다.
그러는 사이 2012년 4월 총선에서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가 전주완산을에 출마해 35.8%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2016년 4월  총선에선 37.5% 득표율로 아예 당선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새누리당의 뼛속 깊은 전북 홀대라는 흐름 속에서도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만큼 전북도민들이 새누리당에 대해 닫혔던 문을 열었다는 의미다.

이후 서진정책 일환인 ‘전북동행의원’ 등 호남에서의 이미지가 한결 나아지는가 싶었던 국민의힘은, 그러나 파행 잼버리 이후 전북을 버렸다.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에서 “전라북도는 잼버리 행사보다 ‘잿밥’에 눈먼 지자체”라며 새만금 사업 전체를 잿밥과 탐욕의 결정체인 것처럼 평가해왔다. 전북을 버리기로 한 게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공격이 더 있다.
국민의힘은 잼버리 파행과 관련 “전라북도가 대가를 치르고 반성하는 것이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는 성명까지 냈다. 강사빈 부대변인은 “잼버리 대회를 이용해 새만금을 개발하려고 했던 전북도의 검은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2018년 잼버리 특별법 제정 당시 법안 원문의 잼버리 여건 조성시설에 철도·공항·항만 등 SOC 사업이 포함됐다”고 했다.
아니나다를까 국민의힘 성명 속에 있는 ‘대가를 치러야’라는 말은 새만금 사업예산 78% 삭감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전북에선 팩트체크 바람이 불었고, 새만금 SOC 예산은 새만금 전체의 2% 수준인 잼버리 부지와 연관 없음이 속속 밝혀졌다. 30년 추진의 역사를 가진 새만금이 6년 전에 유치한 잼버리용이라는 말 자체가 ‘가짜뉴스’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새만금 SOC 예산 삭감 원인에 대해 “잦은 총사업비 및 사업계획 변경 그리고 관할권 분쟁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등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공식 논평을 낸 바 있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최근 “‘새만금 예산 삭감이 보복성 조치’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은 가짜뉴스”라며 “새만금 기본계획 재검토는 잼버리나 전북도와는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계획에 따라 정상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에 제동을 걸어 놓고 ‘가짜뉴스’로 본질을 호도하려 하는 작태에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발뺌도 분통을 터지게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만금 SOC 예산 삭감과 기본계획 재수립 결정은 잼버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명확한 목표 설정을 위해 새만금 빅피처를 다시 그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만금 MP(기본계획)가 새롭게 수립되기 전까지 예산 투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이렇듯 새만금 MP 변경과 새만금 SOC를 엮는 정권은 윤 정부가 유일하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새만금 MP 변경 1년 전을 기준으로 새만금 SOC 정부예산안 반영률을 보면 2013년 새만금∼전주 고속도로는 전액 편성됐다. 새만금 신항만과 새만금 내부개발은 각각 129%, 124% 증액 반영됐다.
또 2020년에도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새만금 국제공항, 새만금 동서도로는 전액 편성됐고 새만금 남북도로는 182% 초과 반영됐다. 새만금 MP 변경이 이뤄진 2014년, 2021년에도 새만금 SOC 예산은 모두 전액 또는 증액 편성됐다. MP 변경과 관계없이 기업 지원과 관련된 SOC 예산은 변동 없이 반영된 것이다.
한편 9월 13일 오전 전북도청 종합상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전북도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전북도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새만금 SOC 예산 삭감에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차원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전북 현안 요구사항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박 원내대표는 “비정상적인 예산편성이면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 예산을 갖고 특정한 지역을 압박하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독재적 발상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미리 막지 못한 저희들의 책임을 강하게 느끼면서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내년 예산 심의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는 각오로 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박 원내대표는 9월 1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새만금 잼버리 파행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밝히겠다”며 그 점을 확실히 했다. 민주당이 잼버리 파행 책임 규명에 총력을 다하려는 것은 새만금 국가예산 원상회복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9월 26일 새로 선출되는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생각일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믿을 것은 민주당밖에 없는 형국이 됐지만, 그러나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는 원장이 있는 감사원의 본격적 감사가 잼버리 파행 책임 소재를 공정하게 밝혀낼지는 의문이다. 이런 전북의 현실이 너무 딱하다. 왜 우리 전북이 안겪어도 될 이런 홍역을 치르며 고통스러워해야 하는지 분통 터져 미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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