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유럽파 선수들은 이번 시즌 가히 역대급이라 할만한 활약을 펼쳤다. 가령 “‘역대 이런 시즌은 없었다’ 막내 오현규 포함 6골 이상 유럽파만 무려 4명…리그 우승에 빅리그 이적설까지!”(스포츠조선, 2023.5.28.)란 제목의 기사는 “한국인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하기 시작한 이래 이런 시즌이 있었나 싶다”로 시작하고 있을 정도다.  
이번 시즌 유럽 리그에서 6골 이상을 기록한 유럽파만 4명이다. 먼저 손흥민(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0골 6도움(36경기)으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월드 클래스 손흥민57’(전북연합신문, 2023.5.31.)에서 이미 말했듯 유럽 챔피언스리그 2골,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대회 2골까지 합하면 모두 14골 6도움이다.

그리고 이재성(마인츠)이 독일분데스리가 7골 4도움(34경기), 이강인(마요르카)이 스페인 라리가에서 6골 6도움(36경기)을 각각 기록했다. 라리가에서 두 자릿 수 공격포인트를 올린 건 이강인이 처음이다. 이강인은 2022-2023시즌 스페인 라리가 최우수 미드필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재성은 올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빅리거 자격을 증명했다.
‘축구 역사 새로 쓴 오현규’(전북연합신문, 2023.6.7.)란 글에서 이미 말했듯 오현규는 시즌 도중인 지난 1월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 입단해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입단 첫 시즌만에 약 83분당 1골을 기록하는 기대 이상의 골 결정력을 뽐냈다. 가령 5월 28일 열린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최종전에서 후반 5분 교체투입돼 멀티골을 터트린 걸 들 수 있다.
조기 우승을 확정했던 셀틱도 이날 승리해 승점 99점으로 시즌을 기분좋게 마무리했다. 오현규는 앞서 리그와 리그컵에서 우승하며 ‘더블’을 달성했다. 그리고 6월 4일 인버네스와의 FA컵 결승 승리로 ‘도메스틱 트레블’, 3관왕을 차지했다. 한국인 유럽파가 유럽 무대에서 트레블을 달성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올시즌 유럽 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선수가 또 있다. ‘철기둥’ 김민재(나폴리)다. 김민재는 나폴리가 33년 만에 이룬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 주역으로 우뚝 섰다. 한국인 세리에A 리거로는 처음으로 ‘가드 오브 아너’를 받는 영광까지 누렸다. 한국인 유럽파가 유럽 빅리그에서 우승한 건 박지성(전 맨유) 이후 김민재가 처음이다.
그뿐이 아니다. 팀의 핵심 선수로 입지를 굳힌 김민재는 이탈리아 세리에A 최고 수비수에 등극하기도 했다. 나폴리가 33년 만에 세리에A 우승을 차지하는데 크게 기여한 수상이라 할 수 있다. 2018-2019시즌부터 제정된 세리에A 포지션별 MVP에서 아시아 선수가 최우수 수비수로 뽑힌 것은 김민재가 최초다.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은 올시즌 그리스 슈퍼리그에서 5골 4도움을 작성하며 빅리그 진출 가능성을 입증했다. 팀내 최다 출전, 최다 인터셉트를 기록하며 선수단 내부에서 ‘마에스트로’, ‘베스트’라는 호평을 받았다. 시즌 도중 나폴리·인터밀란 등과 연결됐지만, 이적 여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아니나다를까 황인범은 소속팀 올림피아코스 팬들이 선정한 2022-2023시즌 최고의 선수로 뽑혔다. 6월 6일 올림피아코스 팬들이 모여 소식을 주고받는 ‘게이트 7 인터내셔널’은 SNS를 통해 “이번 시즌 MVP와 최고의 영입생으로 황인범을 뽑았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FC서울에서 그리스 명문 올림피아코스로 이적한 황인범은 합류하자마자 문자 그대로 ‘중원의 사령관’이 되면서 팀내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아쉽게 두 자릿 수 공격포인트 달성엔 실패했지만, 패스 성공률이 89.1%에 달하면서 올림피아코스를 넘어 그리스 1부 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인정받았다.
황희찬(울버햄튼)은 시즌 막바지 부상 불운을 씻고 최근 8경기에서 3골을 몰아치며 팀의 안정적인 잔류에 앞장섰다. 토트넘·뉴캐슬·애스턴빌라·AS로마가 황희찬 영입을 바란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와 강력히 연결된 이강인, 맨유행이 점쳐지는 김민재와 더불어 두 명의 황도 이번 여름 지켜봐야 할 선수로 꼽힌다.
안타까운 건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다. 지난해 여름 프랑스 리그 보르도를 떠나 EPL 노팅엄에 입단한 황의조는 황인범과 함께 올림피아코스에서 임대로 뛰다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올 초 FC서울과 6월 30일까지 뛰는 단기 임대 계약을 맺었다.
올여름 유럽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K리그에서 폼을 끌어올리면서 재기를 모색하겠다는 의지였지만, 18라운드가 끝난 현재 4골 2도움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6월 16일과 20일 있을 페루·엘살바도르전 공격수로 조규성·오현규와 함께 부름을 받았지만, 예전의 폼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어쨌거나 “한때 유럽파의 골 소식에 국내가 들썩이던 시절이 있었다. 올시즌 달라진 풍경 중 하나는 유럽파의 활약과 현지발 빅클럽 이적설이 일상이 됐다는 점이다. 손흥민 한 명이 짊어졌던 유럽파의 무게가 여기저기로 분산되는 모양새다. 아무튼 한국 축구엔 긍정적일 수밖에 없는 유럽파 선수들 활약이다”(앞의 스포츠조선)란 평가가 흐뭇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