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경제학이란 용어는 원래 정치경제의 원리(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에서 비롯됐다.
오늘날에는 경제학과 정치학이 따로 독립돼 있지만 과거에는 함께 다뤄졌다. 실제로 경제와 정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왜냐하면 경제와 정치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정치집단인 정부와 의회는 국민경제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경제와 정치가 유기적으로 잘 작동되면 국민경제가 성장·발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국민경제가 제대로 성장 발전하지 못한다.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로 부동산가격을 폭등시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망치더니 종부세 폭탄에다 임대차 3법이라는 악법을 만들어 전세금 폭등과 역전세난 마저 야기해 서민들에게 3중고를 안겨 주고 탈원전으로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하는가 하면 400조원의 적자예산으로 돈을 풀어 물가폭탄을 야기하고 국가채무를 폭증시켜 국가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나아가 정치집단은 복지라는 명분으로 표만을 의식해 국민들에게 퍼주기 (포퓰리즘)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치가 경제를 병들게 한 예는 과거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베네수엘라 등의 예에서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도 바로 이러한 경우다.
어느경제학자가 1978년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현지조사할 기회가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광대한 국토와 온화한 기후조건, 풍부한 자원으로 경제발전에 대단히 좋은 여건을 갖춘 나라다. 아르헨티나는 우리가 자동차 한 대도 만들지 못했던 1968년 승용차를 20만대나 생산했던 선진국이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1978년에도 20만대를 만들고 있었는가 하면 이후 40여년이 지난 2019년에도 자동차 생산대수가 30만대 정도라고 하니 경제는 완전히 멈춘 상태다. 특히 물가를 보면 1976년 443%에 달해 상상이 안 되는 살인적인 물가 수준이었다. 이러한 극심한 인플레였음에도 1978년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평온한 상태여서 참으로 희한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사회주의화 정책, 즉 정치가 경제를 병들게 한 것이다. 이때 현지에서 들은 바로는 노조가 얼마나 힘이 센지 근로자가 비가 온다는 핑계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노동자 천국(?)이라고 해야 할 정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이 성장할 수도 소득이 늘 수도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한 대학원의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는 학생에게 아르헨티나의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더니 하는 말이 “한국은 북한과 대치해 경쟁을 할 수밖에 없으나 자기들은 그런 문제가 없으므로 우리와 같이 열심히 일할 필요도 없고 그저 현실에 만족하고 산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컬러TV도 자동차도 갖고 싶지 않으냐고 했더니 갖고 싶은 욕망은 있다고 답해 어안이 벙벙했다. 비록 박사과정 학생의 말이긴 하나 이러한 풍조가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팽배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헨티나를 떠나며 이 나라 경제는 낙망적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아르헨티나의 1인당 국민총소득(2021년)은 1만50달러에 불과하고 지난해의 소비자물가는 100%나 뛰었다. 5~6%의 물가 상승도 야단들인데 이 나라는 아직도 경제가 엉망이다.
우리 경제가 우려되는 것은 정치가 바로 서지 못하고 국민들을 포퓰리즘에 물들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퓰리즘에 한번 물들면 결코 빠져나오지 못하는 게 아르헨티나의 예에서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치도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국민들이 현혹되지 말아야 하고 정신 차리고 깨어 나지 않으면 그 뒤에는 반드시 혹독한 댓가를 치루게 된다는 명백한 사실과 경제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현실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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