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사람의 한평생이 나이나 세월로 치면 얼마 간(間)인지 모르겠다. 희수(喜壽)의 나이로 사랑하면서 사랑받으면서, 때로는 미워하면서 미움받으면서 살아왔다.
사랑한 적이 많은지 사랑받은 적이 많은지, 미워한 적이 많은지 미움받은 적이 많은지 제대로 계산해 본 적은 없다. 그냥 반반이겠거니 얼버무린다. 어릴 적 당당하게 나선 적보다 무안당한 것처럼 얼굴 벌겋게 되어 땀 흘린 적이 많았던 기억으로 봐서는 늘 자신을 부족하게 느끼며 주눅 들어 살아온 것 같다. 부족한 대로 사랑하며 살려고 노력했었다.
그릇이 큰 사람은 말 그릇이 크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준다. 중간에 가로채어 자신의 이야기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소화하는 능력이 있다. 하고자 하는 말은 정확하게 전달하되 상대방이 다치지 않도록 따뜻하게 말을 전한다. 따뜻함이 묻어나는 사람이다.
큰 그릇의 사람은 부정적인 말로 주변의 부정적 에너지를 모으려 하지 않는다. 감사와 긍정의 말과 행동으로 주변을 채운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말의 에너지가 자신과 타인의 삶을 바꾸고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잘 안다. 말이 쉽게 새어나가지 않게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하지 않는다. 이미 자존감이 있어서 남을 깎아내릴 필요가 없다. 험담할 필요가 없다. 험담은 부메랑이 된다는 사실을 안다. 그릇이 큰 사람은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로 긍정적인 면을 보고 배우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릇이 큰 사람은 자신을 객관화한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배워서 성장하려 한다. 변명이나 합리화 없이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고, 부족한 면이 있음을 안다. 상대방의 가치관과 생각이 나와 다름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지 않는다. 다른 가치관을 받아들여 자신의 시야를 넓히고 사고를 유연하게 하는 기회로 삼는다. 세상은 넓다. 배워야 할 것이 무궁무진이다. 자기 생각을 고집부리지 않는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대처방안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자신의 호불호는 우선 두고 감정을 조절하여 불쾌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는다.
큰 그릇의 사람은 꿈이 크다. 빈부의 차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꿈 크기의 차이다. 노력이나 재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꿈꾸는 능력이다. 꿈은 살아갈 지향점이다. 꿈이 있어야 재능과 노력을 동원할 수 있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판정할 수 있다. 지향점이 없으면 성공과 실패를 논할 수 없으니까.
도량이 큰 사람은 온화하고 긍정적이다.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창출한다. 자신에게도 관대한 사람이다. 자신이 여유가 있어야 남에게도 관대할 수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칭찬을 잘하는 사람, 빈말이 아니라 진정한 칭찬으로 상대를 기쁘게 해 준다. 세상이 각박할수록 사람됨의 그릇을 키워서, 도량을 넓혀서, 미래가 있는 밝은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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