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의중과 상관없이 발표했다고 알려진 ‘출산 시 대출원금 탕감’ 정책이 최근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오죽하면 그런 발상이 나왔을까? 세상이 변해도 참으로 많이 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TFR, 2019년 기준)은 0.92로서 OECD 38개국 평균 1.61에 못 미치는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통계청 기준 우리나라 출산율은 0.81로 더욱 떨어졌다. 1960년 6.0명이던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83년에는 인구 대체수준인 2.1로 대폭 떨어졌다.
가족계획사업이 1961년 11월 정부의 공식적인 시책으로 채택되었고, 2002년까지 지속되었다. 1980년대 중반쯤에 미래를 내다보는 예측을 하고, 산아제한 정책을 적절히 폐기하였으면 오늘날과 같은 인구절벽 시대는 맞이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정부의 강력한 정책시행으로 인구증가를 견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60, 70년대의 우리사회와 달리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매우 복잡다단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인구정책은 단순히 인구증가 문제만이 아니라 각종 인프라, 교육, 보건의료 시스템 구축 등의 제반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복합적인 이슈이다.
또한 개인의 인생관, 삶의 가치 추구와 관련되어 있는 철학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환경과 부존자원을 생각한다면 세계인구 증가가 바람직하지도 않다. 선진국에서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문제이고, 신흥개도국에서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이대로의 출생률이라면 2050년 우리나라 인구는 3천만 명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미래예측이 있다.
인구가 많은 것도 국력의 일부라는 것을 생각할 때, 적어도 인구대체 출산률 2.1 이상은 달성해야 현재의 인구수준과 국가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출산율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하면 여성계에서는 “여성들이 애 낳은 기계냐?”라고 반박할 것이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출산은 인류가 영속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며 지구별에서 문화를 꽃피우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가는 기본이다. 아기를 낳으라고 해서 낳을 일도 아니고, 낳지 말라고 해서 낳지 않을 일도 아니다.
우리 정부가 2004년 5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만들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고령화 되어가고 축소 되어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염려해서 일 것이다.
출산을 장려해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고 보는 것은 올바른 시각이다. 프랑스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개인이나 가족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에서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는 기본 철학을 가지고, 장기적인 인구정책차원에서 강력한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하였다. 이결과 OECD 평균을 넘어서는 합계출산율 1.83을 기록하고 있다. 적정한 인구 수준의 유지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현재의 출산율 정책이 약 30년 후의 경제활동 인구 구조를 결정짓는다는 측면에서 지속적인 출산장려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출산은 개인의 사생활에 관련된 문제이지만, 나라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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