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세계의 공장 중국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도전장을 내밀은지도 제법 되었다.
G2라는 말이 나타내듯이 미국과 중국이 명실상부한 두 개의 초강대국이 되었다는 표현인데, 중국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스스로 힘센 국가가 되었다는 것을 드러내놓기도 겸연쩍을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은 무역·기술전쟁에서 통화·금융 전쟁으로 번졌으며, 급기야 가치와 체제의 정당성을 다투는 전면전의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일찍이 세계은행은 중국이 빠르면 2030년, 늦어도 205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2030년에는 무난히 중국이 세계경제의 강자로 군림할 것 같다. 아직은 군사·기술적 측면에서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패권적 지위에 도전을 받게 된 미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 견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일치단결된 입장이며, 각종 정치·경제적 제제를 가하기 위한 조치들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아태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회귀정책(Pivot to Asia)’을 트럼프 정부에서는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을 구사하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집권 초기인 2017년 10월 미국 상무부는 중국을 비시장경제(non-market economy)로 규정하여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었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그동안 중국 때리기의 종합세트라고 할 수 있는 ‘미국혁신경쟁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을 입안하여 경제, 군사·안보, 가치, 기술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종합 계획을 세웠다. 이 법은 7개의 세부법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총 62페이지 분량의 ‘중국 도전 대응법(Meeting the China Challenge Act)’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과 민주주의, 불공정무역 문제 등을 직접적으로 제재하기 위한 법안으로서, 제목부터가 매우 노골적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미국이 중국의 도전을 막기 위해 안달해 하는 그 자체가 중국이 떠오르고 있다는 현실을 반증하고 있다.
속담에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말이 자주 회자(膾炙)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의 생존에 중요한 파트너임을 부정할 수 없다. 과거 19세기에도 그러했고, 향후에도 계속 그러할 것이다. ‘지리는 운명이다(geograpy is destiny)’라는 말처럼,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미중 양국이 ‘헤어질 결심(decoupling)’을 하고 있더라도, 우리는 양국 모두를 잘 붙들고 있어야 한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게 되는 일은 가까운 시일 내에 없을 것이다. 19세기 청나라 외교관 황준헌이 제시한 ‘친중국(親中國)’, ‘결일본(結日本)’, ‘연미국(聯美國)’ 책략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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