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 주필
국회가 헌법에 규정된 새해 예산안 법정시한인 12월2일을 또 넘겼다.
헌법 제54조에는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 확정한다”고 돼 있으며, 특히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해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예산안 의결 법정시한은 지난 2일이지만 국회는 스스로 이를 어겼다.
국회가 세부 항목과 금액을 수정할 수는 있으나 예산안 자체를 의결하지 않고 미루는 건 민생을 배신하는 짓이다. 헌법상 정해진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기한 내 처리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기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오는 9일까지 처리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639조원이다. 국가경제와 민생에 꼭 필요한 예산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예산인 대선 공약의 원전 예산 등은 자르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당 대표의 역점 예산인 재생에너지와 공공임대주택 예산 등은 대폭 늘리고 있다. 이 대표가 중시하는 지역화폐 예산 5000억원도 늘렸다.
현재와 같이 여야가 극한적으로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과연 8, 9일에 개최되는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이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만약 12월 말까지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하면 헌정 사상 초유의 중앙정부 준예산 사태가 올 수밖에 없다. 준예산은 전년도 예산안에 준해 잠정적으로 집행하는 예산으로 새로운 사업을 위한 예산 집행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민생 피해는 상당히 클 것이다.
우선 준예산이 현실화되면 보육, 일자리 등 민생사업비 280조원이 막히게 된다. 이뿐 아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경색 해소나 기업 자금시장의 신용 보강을 위한 정부의 긴급 지원도 막혀 한국 경제를 더욱 심각한 위기로 내몰 수 있다. 최근 수출 둔화에 이에 준예산까지 발생한다면 한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음을 국회는 명심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준예산 사태는 없어야 한다.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안을 의결해 준예산사태를 막아 민생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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