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장관이 차기 대권주자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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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장관이 차기 대권주자 1위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8.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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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20%대 윤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가 연달아 나오고 있다. 부정 평가 이유를 보면 ‘인사’가 2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자진사퇴로 낙마한 장관후보자들은 물론 임명을 강행한 경우까지 복합적 이유가 작용한 결과의 국민 반응으로 보인다. ‘소통령’ 소릴 들었던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그 정점에 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8월 2일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지난 7월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 결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범보수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장관은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서 13%로 1위에 올랐다.

홍준표 대구시장(12%), 오세훈 서울시장(11%), 유승민 전 의원(10%),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9%), 안철수 의원(6%), 원희룡 국토부장관(4%)의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달 같은 조사에선 한 장관과 오 시장이 나란히 15%로 1위에 올랐다. 한 장관은 지난달에 비해 2%포인트 빠졌지만 오 시장이 4%포인트 떨어지는 바람에 공동 1위에서 단독 1위가 됐단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동훈(32%)·오세훈(24%)·홍준표(13%)·이준석(10%)·안철수(8%)·원희룡(7%) 순이었다. 보수층에서는 한동훈(23%)·오세훈(17%)·홍준표(14%)·이준석(12%)·안철수(8%)·원희룡(6%)·유승민(5%) 등으로 조사됐다.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이준석 대표 지지율이 3%포인트 상승한 것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여론조사야 민주국가에서 노상 있는 일이지만, 좀 아니지 싶은 게 있다.  원희룡 장관 포함 임명직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왜 새 정부 출범 한두 달 만에 여론조사 대상이 됐는가 하는 점이다. 그 의도가 의심스러운 여론조사라 아니 할 수 없다. ‘뜨물에 애 밴다’는 속담과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통령되기 과정이 떠올라서다.
2019년 7월 인사청문회에서 “정치할 생각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를 선언한 건 2021년 3월 4일이다. 매달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를 하는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전 검찰총장은 2020년 초 1%에서 시작해 추미애-윤석열 충돌 사태가 벌어지자 13%까지 올라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한 뒤에는 9%로 떨어졌지만, 사퇴 뒤에는 24%로 치솟았다. 그것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같은 1위의 지지율이었다. 어떤 조사에선 32.4%를 찍어 집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24.1%)와 이낙연 대표(14.9%)를 멀찌감치 따돌린 1위로 나오기도 했다.
“정치할 생각이 없다”던 윤석열 전 총장이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 중도하차와 함께 방향을 튼 이유의 하나라 할 수 있다. 2020년 1월 10.8%로 황교안 대표를 누르고 2위를 차지한 세계일보 여론조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대선출마를 결심하게 한 건 알려진 사실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7월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어떤 의도로 그런 여론조사가 실시됐는지 알 수 없으나 한 장관이 유력 대권주자로 등장했다”며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될 뿐만 아니라 장관의 부처 운영에도 부담될 측면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말 조사에서는 차기 정치 지도자 적합도에서 가장 앞서는 조사가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임 시절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본인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하신 바 있다는 말씀을 참고적으로 드리겠다”고 말했다. 장 의원에게 한 장관은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제법 순하게 장 의원의 지적을 받아들인 모양새다. 아마 ‘주군’인 윤 대통령을 의식한 처신이 아닐까 한다.
여론조사는 그냥 여론조사일 뿐이라고 말들 하지만, 한 장관은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해야 마땅하다.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어서다. 임명직 장관을 무슨 이유로 여론조사에 넣었고,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1위라는 결과가 나오게 했는가 하는 점이다. 새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임명직 국무위원을 집어넣은 여론조사가 도무지 정상으로 보이지 않아서다.
아직 5년 가까이 남아있는 대선이지만, 장 의원의 지적에서 보듯 여권에서는 집권 초기 국무위원이 차기 대권주자로 등장하는 여론조사를 달갑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여론조사가 특정 정당의 입장 따위를 고려하며 진행되는 건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임명직 장관들이 여론조사에 현혹돼 직분을 망각하는 등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부작용이 생겨선 안된다는 점이다.
사실은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1위 한동훈’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여론조사에서 일정량 지지율이 나오는 걸 보면 그냥 무심할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이다. 임명직이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이루기 위해 그 직을 이용한 걸 보는 건 윤석열 대통령 한 사람으로 되었다. 한동훈·원희룡 장관 등 임명직은 뺀 여론조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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