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 대비를 위한 6월의 4차례 A매치전에서 2승 1무 1패로 경기를 마감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이번 4차례 A매치 경기에선 손흥민과 황의조가 각 2골 등 여러 선수가 득점했지만, ‘괴물 수비수’ 김민재가 부상으로 빠진 수비에선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 국가대표팀은 7월 19일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 참가로 일정을 이어간다. 단, 동아시안컵은 손흥민·황의조·황희찬 등 해외파는 차출할 수 없는 대회다. K리그에서 뛰는 국내파 선수들로선 카타르 월드컵 참가 기회를 얻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이후 축구 국가대표팀은 9월 두 차례 A매치를 치른 후 11월 21일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에 나가게 된다.
가령 칠레전의 경우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강력한 오른발 프리킥으로 득점했다. 왼쪽 골문 상단으로 꽂힌 완벽한 프리킥이었다. 3번째 상대 파라과이전에서는 0대 2로 뒤진 상황에서 오른쪽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정확한 감아차기로 프리킥 득점을 만들어 냈다. A매치 2경기 연속 프리킥 득점이다. 이는 손흥민이 역사상 최초다.
4대 1로 이긴 이집트전에서 손흥민은 골망을 가르지 못했지만, 두 골에 관여하는 등 득점 못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먼저 손흥민의 긴 패스를 받은 김진수가 빠르게 크로스를 내줬고, 황의조의 헤더골로 이어졌다. 두 번째 골도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손흥민의 코너킥을 황의조가 머리로 연결했고, 다시 수비수 김영권이 달려들어 헤더골로 완성한 것이다.
하긴 손흥민은 전 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A매치 4경기를 모두 선발로 뛴 선수는 손흥민밖에 없다. 그만큼 국가대표팀의 확실한 ‘믿을 맨’이라는 얘기다. 그뿐이 아니다. 손흥민은 EPL 리그에서도 커리어 처음으로 한 시즌 정규리그 출전 전 경기(35경기) 선발로 뛰는 기록을 세웠다. 부상으로 빠진 기간 3경기를 제외하고 손흥민이 뛴 건 35경기인데, 모두 선발 출격한 것이다.
반면 토트넘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상징과 같은 선수 해리 케인은, 스포츠서울(2022.5.22. 인터넷판)에 따르면 지난 2019~2020시즌(29경기 29선발), 2020~2021시즌(35경기 35선발) 모두 전 경기 선발 출전했으나 올 시즌엔 37경기 36선발로 1경기를 교체로 뛰었다. 손흥민의 위상이 어느때보다 발군(拔群)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할만하다.
자연스럽게 혹사 논란도 일었다. 스포츠서울(2022.6.15.)이 보도한 국제축구선수협회 미디어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손흥민은 최근 세 시즌 비행 거리가 22만km가 넘고 비행 시간이 300시간에 달했다. 반면 토트넘의 공격 파트너이자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인 해리 케인은 비행 거리와 시간 모두 손흥민의 삼분의 일 수준이었다.
6월 14일 이집트전을 앞두고 팬 사이에서 ‘손흥민을 쉬게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앞선 세 차례 A매치에 이어 이집트전에도 손흥민을 선발 출격시켰다. 앞에서 말했듯 골은 없었지만 황의조·김영권 헤더골에 관여하는 등 기량을 맘껏 뽐낸 손흥민의 활약을 볼 수 있었다. 국가대표 주장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준 셈이다.
한편 2022~2023시즌 EPL은 카타르 월드컵으로 인해 이전보다 이른 8월 첫째 주 개막한다. 리그 개막에 앞서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이 한국을 찾는다. 6월 A매치 4연전을 끝낸 손흥민의 다음 경기는 7월 13일 팀 K리그(K리그 올스타·서울), 16일 세비야(스페인·수원)와의 친선전이다. 손흥민은 토트넘 선수단 입국에 맞춰 팀에 합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뉴시스(2022.4.21.)에 따르면 일부 K리그 팬들은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7월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 국내 선수들을 올스타전에 투입해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K리그 특정 팀이 아닌 올스타 차출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선도 있다. 토트넘 방한을 성사시킨 초청 기업의 마케팅에 K리그 전체가 움직이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7월 K리그 올스타와 유벤투스(이탈리아)의 친선전에서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벤치만 지킨 ‘노쇼 사건’을 경험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작동한 것이란 생각도 들지만, 그러나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의 방한 경기가 축구 팬들에게 ‘환상적인’ 대형 이벤트임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래저래 월드 클래스 손흥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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