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주 지사, 김두관 경남지사에 LH 이전문제 서신[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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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주 지사, 김두관 경남지사에 LH 이전문제 서신[전문]
  • 엄범희 기자
  • 승인 2011.04.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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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김두관 지사님.

저는 지난주 LH 본사의 분산유치를 주장하면서 전북도민의 의지를 모아 삭발의식을 결행한 바 있습니다.


저의 삭발에 대해 김두관 지사님께서는 ‘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과도한 대응’이라고 말씀하시고, 정부에게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신 바 있습니다.

저는 먼저 저의 심정을 이해해 주시고 안타까움을 표해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그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다시 경남 일괄배치안을 한번 더 주장하신 것에 대해서는 저로서도 아쉬움과 유감의 뜻을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두관 지사님, 저나 김지사님 모두 LH 본사 이전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LH 문제는 곧 혁신도시의 문제이고, 혁신도시는 곧 참여정부가 시작한 균형발전의 문제입니다.

김지사님, 지사님께서는 균형발전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참여정부의 사상과 적통을 잇는 한국의 대표적인 지방정치인이십니다.

김지사님께서는 정치인으로서 늘 균형발전의 가치와 의지를 잊지 않으셨고, 최근 정부에 의해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되었을 때도 정부가 균형발전이 아닌 ‘경제성의 논리’를 앞세웠다는 점과 정부의 약속이 무너졌다는 점에 큰 실망감을 표현하신 바 있습니다.


LH 문제에 있어서 균형발전이란 무엇일까요. 경남이 LH본사를 양보할 수 없듯이 전북도 그렇습니다.

전북과 경남 어느 쪽이든 LH 본사 이전이 무산되면 혁신도시는 존립의 위기를 맞게 되고 어느 한쪽은 쉽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됩니다.
 
저와 전북도민들은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묘안이 분산배치안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지사님께서는 동남권 신공항은 균형발전의 관점으로 보면서 왜 LH 본사이전에 대해서는 유독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주장하는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더욱이 정부에서는 LH공사의 통합 당시 국회에서 분산배치를 정부의 약속으로 천명했고 양 지역에 분산배치안을 제출하도록 한 바도 있습니다.

균형발전을 지지하는 김지사님의 그간 입장에 비추어 본다면 마땅히 경남에서도 분산배치안을 제시해야 옳다고 봅니다.

또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LH 본사가 반드시 한 곳에만 있어야 효율성이 높은 것도 결코 아닙니다.

본사를 분산배치해도 사업의 특성을 잘 살리고 양 사업부의 경쟁을 촉발시켜 훨씬 더 좋은 성과를 올리는 사례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경남으로의 일괄배치만을 주장하시는 그 마음이 애석할 뿐입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옛말이 참으로 실감나는 어려운 시절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작은 이익보다는 큰 가치를 따르고, 일방적인 승리와 패배보다는 상생과 공존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김지사님께서는 이제 일괄이전으로 효율성이라는 작은 이익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분산배치를 통해 국민적 통합과 균형발전이라는 큰 가치를 택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작게는 김두관 지사님과 저의 우정이 변치 않으며, 크게는 경남과 전북의 도민들이 서로 좋은 이웃으로 영원히 남기를 기원합니다. 봄바람에 건강하시고 청안하시기를 빕니다.

2011. 4. 12

전라북도지사 김 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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