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장자 정몽구 회장, '왕회장' 집무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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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 장자 정몽구 회장, '왕회장' 집무실 쓴다
  • 투데이안
  • 승인 2011.03.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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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계동 사옥 15층에 집무실을 마련한다. 이곳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생전에 집무실로 사용하던 곳이다. 현대가의 실질적 장자인 정 회장이 아버지의 추억과 손때가 뭍은 15층에 입성하게 되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무사히 마무리 지은 만큼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한 정 회장이 대내외에 현대가의 적통성을 이었음을 공식화하는 제스처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부친인 정 명예회장 시절 계동사옥에서 일궜던 과거 현대그룹의 영광을 현대차그룹이 다시 같은 장소에서 재현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정주영 명예회장이 일군 현대그룹의 모태로, 현대가의 적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회사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서 정몽구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치열한 싸움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22일 현대차그룹 등 범 현대가에 따르면 종로구 계동 사옥 본관 15층에 정몽구 회장의 집무실 설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범 현대가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계동사옥 15층에 정 회장의 집무실을 설치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며 "계동사옥 건물을 관리하는 현대엠코가 공사를 맡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명예회장님이 사용하시던 곳에 집무실을 짓는 것인지 모르지만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회장실 개념은 아니고 구조 변경 수준의 공사를 한다고 들었다"고 즉답을 피했다.

정몽구 회장이 계동사옥에 다시 입성하게 되면 2000년 소위 '왕자의 난' 이후 10여년 만에 공식적인 집무실을 마련하게 된다. 당시 경영권 다툼에서 패한 정몽구 회장은 그해 말 현대자동차 본사를 서울 양재동으로 옮겼었다.

계동사옥에 대한 애착이 강한 정 회장은 양재동 현대차 본사 집무실과 계동사옥 집무실을 번갈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한 정 회장이 계동사옥에서 그룹 경영을 총괄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 건설을 3대 축으로 하는 현대차그룹의 지휘부가 계동에서 새롭게 출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계동사옥은 1983년 10월부터 현대그룹의 총본산 역할을 해 온 곳이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도 생전에 계동사옥을 가리켜 "이곳이 세계경제를 이끄는 중심지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계동사옥은 현대그룹의 계열사와 조직, 임직원이 급속히 팽창하던 1983년 경영효율과 비용 절감을 위해 새로 지었다. 지하 3층 지상 14층의 본관과 8층 별관이 '┛'자 형태로 구성돼 있다.

모두 15층이지만 13층이 없기 때문에 층수로는 14층이다. 건축당시 정 명예회장이 '13'이란 숫자가 서양에서 불길한 숫자니 없애라고 했기 때문이다.

맨 위인 15층은 정 명예회장의 집무실이 있었다. 계동사옥 15층이 현대그룹을 상징하는 곳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사옥 입구 정면 왼쪽에는 가로 2.5m, 세로 1.8m 크기로 '現代'라고 쓰인 큼지막한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1983년 완공 이후 20여 년간 현대그룹을 상징했던 이 표지석은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치워졌다가 2008년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현재 계동사옥의 실질적 주인은 현대차그룹이다. 전체 14개 층 중 15층을 포함해 10개 층을 확보하고 있다. 나머지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모비스가 각각 11~12층, 5~6층을 소유하고 있다. 8층짜리 별관은 현대건설 소유다. 현대차는 국내영업본부와 해비치 재단만을 계동사옥에 두고 있다.

한편 계동사옥은 서울시의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되어 4층 이상(일부는 6층) 개축이 제한된 상태다. 현대차 등이 취소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해 증개축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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