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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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탈남
  • 엄범희 기자
  • 승인 2010.11.11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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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곰국이 짜고 오이무침은 너무 달아요.”
“예?”

모처럼 만난 친구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들어간 식당에서 나는 끝내 음식에 대한 평을 하고야 말았다. 값을 치르고 먹는 음식인데 나로서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자 친구가 내 옆구리를 슬쩍 찌르면서 귓속말로 한마디 한다.
“그냥 나가자구, 자네는 못 봐서 그러는데 지금 주인아줌마 얼굴이 완전히 우거지상이야”

나는 목소리를 조금 더 높였다.
“우리가 뭐 공짜 밥 먹나? 음식 값을 치르고 먹지 않은가? 고객의 권리를 찾아야지, 안 그래, 친구?”

“내 입에도 안 맞아. 그래도 그냥 조용히 자리를 뜨는 게 좋겠어.”
“이 사람아, 나를 위해서 하는 잔소리가 아니라 다음 손님을 위해서야. 할 말을 해야 시정이 될 것 아닌가?”

하지만 친구는 주인아주머니의 눈치 때문에 뒤통수가 뜨겁다며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우리는 몇 숟가락 뜨지도 못한 채 옆집 식당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담은 고구마 순 김치가 저녁밥상에 올라왔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너무 매웠다.

“여보, 고구마 순 김치가 너무 매워.”
“해주는 대로 그냥 맛있게 먹어줄 수는 없어요? 항상 그렇게 까탈을 부리니까 내가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겠어요?”

“내가 까탈을 부린다고? 다음 사람을 위해서야, 다음 사람을....”

“여기가 무슨 식당이에요? 다음 사람을 위하게.”
“다음 사람이 바로 나야. 나를 위해서라구.”

“참내, 제발 다른 집에서는 까탈을 부리지 마세요. 쫓겨나지 않으면 다행인줄 알아요.”

“음식이 맛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 이야기 해줘야 되는 거 아냐?”
“흥, 당신 신상은 당신이 알아서 하시구려.”

나는 외식을 자주하는 편인데 음식 맛이 이상하면 곧바로 주인에게 이야기를 한다.
아내는 이러한 나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내가 말한다.

“음식 맛이 없으면 조용히 일어나고 다음에 안 찾아오면 되잖아요.”
“날더러 까탈 부리는 남자라고 매도하지 말아. 시정할 수 있도록 지적해주는 것도 고객의 권리 중의 하나야.”

“잘 났어 정말. 에그, 이 못 말리는 까탈남아.”

대한민국 요식업 사장님이여!!!
세계에서 가장 손맛이 좋은 한국의 여성들이여!!!

까탈남이 한마디 한다고 고개 돌리지 말고 다음 사람을 위해 모니터링 했다고 생각해주세요.

/달리는 희망제조기 송경태

오늘도 성공하세요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
전 전주시의원
장애인 세계최초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 달성(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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