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손' 이운재 은퇴 "축구는 인생의 절반, 대표팀은 축구의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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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손' 이운재 은퇴 "축구는 인생의 절반, 대표팀은 축구의 절반"
  • 투데이안
  • 승인 2010.08.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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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손' 이운재(37. 수원)가 16년 간의 대표선수 생활을 마치고 '미스터 블루'의 길을 택했다.

이운재는 6일 오전 9시30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은퇴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 1994년부터 대표선수로 활약해 온 이운재는 오는 11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와의 A매치 평가전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할 계획이다.

평상복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운재는 "그동안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었다. 누가 등을 떠민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내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대표팀 은퇴를 결심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운재는 "대표팀에 훌륭한 후배들이 많아 자리를 물려주고 내가 갈 길로 간다는 생각"이라고 밝히며, "비록 대표팀에서는 떠나지만 소속팀에서 멋지게 프로생활을 펼쳐 보이겠다"고 활짝 웃었다.

◇다음은 이운재의 일문일답.

-은퇴 시점을 나이지리아전으로 잡은 이유가 있나.

"그동안 남아공월드컵이 마지막 대표선수 생활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되도록 이른 시기에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A매치 131경기에 출전했는데, 최다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었나.

"물론 더 뛸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31회의 A매치 숫자만큼 많은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해왔다. 그것이 더 중요하다. 숫자에 연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131회의 A매치 중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공격수가 있는가.

"너무 많아서(웃음). 내게 골을 넣었던 선수들인 것 같다. 골을 넣은 선수들은 싫었다(웃음). 아무리 잘하는 선수들이라지만, 분명히 내게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대표선수로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값진 경험은 무엇인가.

"이운재라는 사람의 삶일 것이다.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축구는 인생의 절반이지만, 대표팀은 축구의 절반이다. 아쉬웠던 점은 대표 유니폼을 입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과 잊고 싶었던 순간은.

"역시, 2002년 당시다. 4강의 주역이라기보다 폴란드와의 첫 경기에 선택을 받았다는 점이 너무나 기뻤다. 또한 대표선수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음주파문)을 했던 것도 있다. 앞으로 후배들은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음주파동 당시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 있었나.

"사실 너무 힘들었다.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곳은 그라운드'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많은 노력을 했고 이듬 해 수원이 우승했기 때문에 10개 중 1~2개의 빚을 갚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빚을 갚기 위해 축구라는 테두리 안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벤치를 지켰다. 선수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은퇴하고 싶었을텐데.

"남아공에서 돌아온 뒤 선택받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선택을 받지는 못했지만 아쉬움이나 미련은 없었다. 출전했다면 화려한 모습으로 떠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후회는 없다. '박수 받을 때 떠나라'는 옛 말이 있는데, 지금이 그 시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떠나야 할 순간을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방이 있는가.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이나 정대세(26. 보쿰)의 슛을 막았던 북한전 등 여러 장면이 남았다."

-체중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는데.

"그랬기 때문에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며 더 노력할 수 있었다고 본다. 만약 내가 모든 것을 가진 선수였다면 방만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쳐야 할 점이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더 땀을 흘릴 수 있었다. 모든 것은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팬들에게 항상 고마웠다."

-수원에서는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싶은가.

"조금 더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만큼 구단 관계자들과 협의를 해야 한다. 나 혼자만의 욕심으로 할 수 없는 것이어서 협의를 해봐야 한다. 지금까지 수원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이제는 홀가분하게 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은퇴 후 진로는. 골키퍼 출신 대표팀 감독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아직 구체적으로 구상한 것은 없다. 프로무대에서 더 활약한 뒤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더 공부를 해서 골키퍼 육성 선진 기술을 배워 후배들을 키우고 싶다. 대표팀 사령탑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오기 위해서는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후배 골키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땀을 흘리느냐에 따라 자리의 주인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남아공월드컵에 나섰던 정성룡(25. 성남)이 좋은 성과를 이끌어냈지만, 자만하는 사이 더 많은 땀을 흘린 선수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더 훌륭한 골키퍼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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