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논설위원
고사(故事)에 “걸인연천(乞人憐天)”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대로라면 “거지가 하늘을 걱정한다”는 말이지만 이는 “거지가 정승(政丞)을 동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항상 나 자신이 못나서 남들 하는 높은 벼슬자리 한번 앉아 보지 못하고 또 가진 것도 없어 자식들에게 넉넉한 용돈 주지못한 게 그저 부끄럽기만 여겨왔는데 요즘은 좀 달라졌다.
다시 말할 것도 없이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세상을 호령하던 일부 저질 정치권이나 공직자들이 부정부패 또는 정경유착으로 몰려 얼굴조차 들지 못하는 죄인 신세가 되고 있는가 하면 세상을 몽땅 사 버릴 듯이 엄청난 재산을 모아 웬만한 사람은 그 앞에서 고개조차 함부로 들지 못할만한 일부 갑질 재벌들이 줄줄이 사직당국에 불려가는 고초를 겪을 뿐만 아니라 마치 벌떼처럼 침을 뽑아 들고 에워싸는 취재진 앞에서 말 한마디 못한 채 고개 숙이고 달아나다시피 피해 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자니 측은하고 허탈감 마저 든다.
그래서 나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배움의 많고 적음이나 가진것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또 벼슬자리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인간으로서 의당 지켜야 할 법도요 상식이다. 따라서 이를 어겼을 땐 남의 앞에 얼굴을 들지 못함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한 걸음 더 나아가선 인간 취급을 받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뽐낸다. 이는 모든 것 앞에 가장 귀중하고 영묘한 존재라는 뜻이다. 만물을 지배할 수 있는 지혜가 있고 힘이 있어서만이 불리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만은 아닐 것이다. 여느 동물이 흉내 낼 수 없는 도덕과 도리와 순리와 의리 그리고 염치(廉恥)를 알기 때문이며 따라서 이를 행하는 사람만이 이 말을 들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 하겠다. 아무리 사람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도 이를 행하지 못하면 유사인간(類似人間) 이럴 수밖에 없다.
아니 여느 동물만도 못하다고 하겠다. 시경(詩經)에 록자득이불독식(鹿者得餌不獨食) 명초제록화공식(鳴招諸鹿和共食)이라는 글귀가 있다. 사슴은 먹이를 얻으면 혼자 먹지 아니하고. 여러 사슴을 불러 사이좋게 같이 나누어 먹는다는 뜻이다, 특히 이 말은 군왕이 교훈으로 삼았던 구절이다. 그러기에 어떤 이는 동물의 무욕(無慾)을 배울 때라고 역설하며 그래서 그는 TV프로 가운데서 동물의 세계를 가장 즐겨 본다고 말하고 있다.
끝으로 필자는 이제 우리는 모두 언제까지나 정치인들만을 쳐다보면서 눈을 흘기고. 허공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허탈감에 빠져 행여 자신이 하는 일마저 그르치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억지소리일지는 모르지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라는 속담을 “썩고 더러운 물을 과감하게 정화하여 깨끗한 물로 바꾸자” 로 바꿔 보았으면 어떨지 제언한다. 우리에겐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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