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7조 원 대우조선 부채비율 7천300% 깨진 독물 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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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7조 원 대우조선 부채비율 7천300% 깨진 독물 붓기
  • 허성배
  • 승인 2016.05.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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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자회사로 끌어안은 후 지금까지 7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수주 한 건 하지 못한 채 구조조정 태풍에 휩싸인 대우조선해양은 부채비율이 1년 사이에 6천800% 포인트 이상 높아져 7천300%를 초과했다.

30대 그룹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11곳은 차입금 의존도가 30%를 넘었다. 작년 한 해 30대 그룹의 차입금 증가액 7조 원 중에는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 차입금이 거의 5조 원으로 절대적 비중을 점해 ‘부채의 질’이 급속히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4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계열사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9개 그룹 252개 기업(금융사 제외)의 장·단기 차입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작년 말 기준 차입금 총액은 279조 8천823억 원으로 2014년 말(272조 9천682억 원)보다 6조 9천142억 원(2.5%) 늘었다.

이중 장기 차입금은 165조 4천827억 원에서 167조 5천840억 원으로 1년 사이에 2조 1천13억 원(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단기 차입금은 2014년 말 107조 4천855억 원에서 작년 말 112조 2천984억 원으로 4조 8천128억 원(4.5%)이나 늘었다. 30대 그룹 전체의 차입금 의존도는 21.2%로 전년(21.1%)과 비슷했다. 부채비율은 75.5%로 1.4%포인트 낮아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근속연수가 16.8년으로 가장 길다. 그런 기업이 정부와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대상에서 맨 앞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2015년 10월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조선에 4조 2,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3조 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연말까지 5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던 때였다. 2000년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자회사로 끌어안을 때 투입된 2조 9,000억 원을 합치면 단일 회사에 7조 원 넘는 나랏돈을 쏟아부은 것이다.

 대신 대우조선은 2019년까지 3,000명을 줄이는 자구책을 내놓았고, 버티던 노조도 결국 임금동결과 쟁의활동 금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 한 달 전 대우조선은 각종 명목의 격려금과 회사 주식을 합쳐 1인당 900만 원을 노조원에게 안겼다. 천문학적 적자를 내며 죽어가는 회사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잔치다. 사실상 정부가 주인인 대우조선의 지난해 평균연봉은 7,500만 원이다. 이런 도덕적 해이를 보고도 혈세로 연명시킨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가.

 정부 손으로 대우조선을 주저앉히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대우조선 부실을 만들고 키운 것이 바로 정부와 산업은행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유산인 대우조선을 정부 소유로 15년씩이나 붙들고 있었던 것부터가 비정상이다. 2000년대 조선업 활황기에 팔 기회를 미루다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았다.

 대우조선을 내보내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다. 대우조선은 고문·자문역·상담역 등의 명목으로 위촉한 비상근 임원 60여 명에 고액 연봉과 고급 차량, 법인카드, 사무실 임대료 등을 제공해왔다. 20여 명의 대우조선 퇴직 임원 외에도 산업은행과 관료·군·국가정보원·정당 출신들이 이름을 올렸다. 자회사를 감독해야 할 산업은행은 자신들 일자리 꿰차는 데 골몰하고, 유력기관들은 주인 없는 회사를 먹잇감으로 삼았다. 정부는 대우조선 사외이사와 산업은행 수뇌부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다. 이런 요지경 속에서 경영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산업은행은 2009년부터 부행장 출신을 대우조선 재무 담당 부사장으로 앉혀 경영 상황을 점검해 왔다. 그러나 거액의 현금배당까지 진행한 2013년과 2014년 흑자는커녕 각각 7,000억 원대 적자였다는 게 뒤늦게 드러났다. 몰랐든, 묵인했든 돌이킬 수 없는 과실이다. 홍기택 당시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영전했다. 이동걸 현 회장도 ‘대우조선 정상화’를 강조해왔다. 두 사람 모두 낙하산인사로 입길에 올랐던 이들이다.

  금융위원장은 핵심 3명 사업 맞교환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주주가 있는 기업을 정부가 어쩔 수 없다는 그의 말은 절반만 맞는다.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사주가 있는 기업은 결과에 스스로 책임지면 된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다르다. 정부가 주인이고, 투입자금이 나랏돈이다. 시설은 과잉인데 신규 수주는 0에 가까운 것이 조선산업 문제다. 부실기업에 혈세를 지원하는 건 우량기업까지 죽이는 결과를 낳는다.

 정부는 그저 기업들이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반년 전에 진작 결단했어야 할 사안이다. 국영기업 대우조선 16년사는 곧 정부의 구조조정 실패사(史)이기도 하다. 그간 실패의 책임을 엄정히 가려 후계로 삼아야 마땅하다. 구조조정을 놓고 벌써 이해집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도 과감하게 매듭짓지 못하면 산업 전반에 재앙은 물론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관계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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