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스위스•독일 교육•노사문화 본받아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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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스위스•독일 교육•노사문화 본받아야(3)
  • 허성배
  • 승인 2016.04.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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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논설위원

이러한 생활태도의 가장 큰 폐해가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화려한 겉치레와 빈약한 내용이 그것이다. 우리가 보통 쓰는 말에 의•식•주(衣食住) 라는 게 있다. 사실, 그 순서에 있어 가장 앞서는 중요성에서는 먹는 것, 식(食)이 먼저다.

그런데도 우리에게는 ‘옷이 날개’ 이기 때문에 식(食)이 밀린 것이다. 조선조까지도 관리를 뽑는 기준은 신, 언, 서, 판(身言書判)이었다. 가장 중요한 실력인 판단력 판(判)이 신(身) 겉모습에 밀려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외화내빈은 ‘간판 사회’ 라는 허망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오늘날의 100만 백수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외화내빈-체면문화가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력이 아닌, 간판이 우선되는 왜곡된 가치관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 못 하면 사람대접을 못 받는 사회가 어떻게 건전한 사회일 수 있는가. 80%에 육박하고 있는 진학률이 수많은 백수를 양산한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가지배력의 부재도 큰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자식의 진로에 대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학부모들의 책임도 크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이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면, 여기에 더해 인간관계와 주택구매는 물론 개인의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지경이라면 그 인생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정이 휘청거릴 정도로 교육비(사교육비포함)를 쏟아붓고도 그 결과가 이렇다면 이제는 그 근본에서 이 문제를 다잡아야 하는 절벽에 선 것이다. 그런 위기의식이 절실하다. 이제 작지만 큰 의미를 잉태하고 있는 사례를 살펴보자. 청년취업난이 심해지면서 특성화고등학교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취업이 잘 되기 때문이다.

2009년,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16.7%였다. 그러다 2011년엔 25.9로 늘어났으며 2015년에는 46.6%로 상승했다. 특성화고 중에서 우수학생들이 입학하는 마이스터고는 최근 3년간 그 취업률이 90%를 넘고 있다. 과거에는 인문 계 고교를 떨어진 뒤 가는 곳이던 특성화고이었지만, 이제는 반대로 매년 1만여 명이 특성화고에 응시했다 낙방하고 있다. 이제는 중학교 내신 상위 30% 안에 들어야 합격할 수 있다.

정부도 지금의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학생 비율을 전체고교의 19%에서 2020년까지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의 큰 흐름이 명분에서 실리로 바뀌고 있다.

대학졸업 간판이 밥을 먹여주지 못하는 냉엄한 현실에서 젊은이들이 생각을 바뀌고 있는 것이다. 더 구체적인 최근의 현상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에 교복 차림으로 앉아 강의를 듣는 고등학생들의 숫자가 늘고 있는 현상이다.

한 학원은, 경찰과 9급 공무원 준비생 중 37명이 고교생인 경우도 있다. 대형학원에 따르면, 고등학교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의 비율이 2014년과 비교해 1년 만에 5배가 늘었다고 했다. 사람들의 생각이 현실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개인들의 생각이 큰 흐름이 된다면, 그 합이 곧 교육을 개혁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더 이상의 ‘간판 교육’은 이제 의미가 없다. 7포, 9포 세대만 양산할 뿐이다. 학생도, 그 학부모도, 그리고 사회공동체가 가치관을 바꿀 때가 되었다. 우리는 이미 어떤 의미에서는 강소국이다. 계속 강소국으로 사는 길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것이다. 스위스와 독일이 모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경제의 압축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어낸 나라다. 그래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우리도 충분히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열매를 얻으려면 정부의 강력한 개혁 정책은 물론 국민의 의식변화와 함께 뿌리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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