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스위스·독일 교육·노사문화 본받아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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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스위스·독일 교육·노사문화 본받아야 (2)
  • 허성배
  • 승인 2016.04.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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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2차 세계대전 이후, 1949년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어 동서 냉전의 현장이 되었으며, 1990년 극적으로 통일되었다. 세계는 지금도 변함없이 ‘독일제품’에 대해서는 깊은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독일제품은 견고하고, 실용적이며 고장이 적고 수명이 길다. 독일 병정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원칙에 충실하고, 전문성이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숙련도가 높은 산업 인력이 폭넓게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산업풍토는 독일사회의 오래된 전통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다시피 전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유명한 독일의 직업교육은, 쾰른의 침대보 직조공조합이 1149년에 처음으로 도입한 중세길드의 수습공 교육이 그 모태다. 이는 도제식으로 선임자에게서 일을 배워 숙련공이 되고, 더 정교한 기술을 닦아 장인(장인)에 오르는 계단식 방법이다. 이렇게 교육받은 젊은이들은 길드에 소속되었다.

오늘날 독일의 직업교육은 수습공, 숙련공, 장인으로 이어지는 중세체계와 같다. 다만, 지금은 직업학교에서 이론을 배우고 기업에서 실무를 익히는 이원제 교육 시스템으로 발전했을 뿐이다. 독일에는 현재 9,000개가 넘는 각종 직업학교에서 85만 명의 직업교육생을 가르치고 있다. 매년 50만 명 이상이 새로 직업교육을 받기 시작하고, 2만 명이 넘는 숙련공들이 장인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직업교육의 직종은 말 관리사, 금세공, 작동판매기 전문가, 손톱다듬기 디자인 등  344가지에 이르고 있다. 2012년의 경우, 말 괸리 사가 선호직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독일의 이원제 직업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기업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안정적인 인사관리를 할 수 있으며 최소한 2년 이상 현장에서 맞춤형 교육을 받고 검증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력채용 과정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도 아낄 수 있으며, 잘못된 채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부담도 줄일 수 있다. 현장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입사하는 직원들의 충성도도 아주 높은 편이다. 이 모든 직업교육은 무료이며 보수까지 받는다. 정부가 공인하는 직업교육 수료증을 받으면, 그만큼 개인적인 경쟁력도 높아지는 시스템이다. 독일의 대학 진학률이 35%를 밑도는 것은, 직업교육의 탁월성이 인정받았고 명분보다는 실속과 실리를 챙기는 사회적 가치관이 크게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졸업자나 직업교육을 받은 숙련공이나 동등한 대우를 받는 풍토가 이러한 합리적인 사회를 만든 것이다. 스위스와 독일은 똑같이 온전한 선진국이고 부자 나라들이다. 두 나라의 공통점 중 하나가 명분보다는 실리적이라는 점이다. 선진국이면서도 대학 진학률이 우리의 절반도 안 되는 것은 모두가 대학에 갈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수가 없다. 그건 전적으로 가치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간판보다는 실력을 우선시하는, 전문성이 대접받는 사회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자기분야’에서 숙련공이나 마이스터가 되면, 대졸자 이상의 대우를 받는 사회이기 때문에 진학률이 높을 수가 없다. 근로시간은 우리보다 훨씬 적지만, 생산성은 우리의 두 배가 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우리가 보통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거의 모든 나라들이 진학률이 높지 않은 것은 사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선택하는 기준에서 그렇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체면문화’에 살고 있다. 체면이 무엇인가, 남을 대하는 관계에서, 자기의 입장이나 지위로 보아 지켜야 한다고 생각되는 위신이다. 즉, 남의 시선에 나를 맞추는 것이고 남들의 평가를 기준으로 하는 사고방식이며, 남의 눈을 의식해서 자기를 수식하는 행동양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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