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피는 꽃은 충심 어린 4.19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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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피는 꽃은 충심 어린 4.19 함성
  • 허성배
  • 승인 2016.04.1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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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 논설위원

4월은 꽃의 달이다.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꽃의 달이다.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꽃은 4월 한 달 동안에 모두 피고 거의 다 져버린다. 그토록 시끄러웠던 20대 총선도 13일이면 끝이 난다.
세상에서 꽃보다 더 아름답게 왔다가 황홀하게 져가는 목숨도 드물다. 피는 꽃과 지는 꽃을 보면서 한 가닥 유감이 없는 사람 또한 드물 것이다.

비록 느껴지는 모양과 빛깔은 다를지 모르나 꽃의 달에 느끼는 인간사라는 공통성은 마찬가지니라. 타고난 지혜와 영광의 상징인 솔로몬(Solomon)의 그것들과도 비길 수 없다는 한 송이 꽃의 지혜와 자유를 볼 때 결단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없음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틈날 때마다 심산유곡을 찾아들어 개구리·도롱뇽을 잡아먹으면서 오래 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나 독사·지렁이를 사들여 먹는 사람들이라도 문득 눈길을 던져 우연히 시야에 들어오는 꽃에는 무엇인가를 느끼게 된다.

내가 살면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 한 걸음만 물러서서 자기 모양을 바라본다면 몬도가네(Mondo Cane)의 추태까지 보이지 않고 오래 살기보다는 순간을 살아도 제 모습을 잃지 않는 꽃처럼 정의로운 사람답게 살다가 죽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가도 느끼게 되리라!

그리고는 지금의 자기 모습이 얼마나 고독하고 불쌍한 몸부림인가를 부끄럽게 느낄 수도 있으리라. 만약 한줄기 눈물까지 흘릴 수 있다면 그에게는 아직 구제 가능한 수준의 그루터기가 남아있는 것이리! 슬픔이나 고독은 감정의 사치가 아니다. 슬퍼해야 할 일에 마땅히 슬퍼할 줄 알고 고독할 때 고독할 수 있다는 것은 진실로 사람다움이며 양심에 순종하는 갸륵함일 것이다.

“비누는 몸을 씻어주고 눈물은 마음을 씻어준다”는 유대의 격언처럼 꽃의 4월. 한 번쯤 슬픔과 고독으로 마음을 씻는 것도 더 사람다워지는 길이 되리라. 피는 꽃과 지는 꽃을 보면서 마치 수풀 속 정갈한 슬픔과 고독이 우리 가슴에 서려 괼 수 있다면, 그 생수로 마음의 때를 씻을 수 있을 거다.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 주변은 얼마나 정의롭고 아름다워질 수 있으랴.

가신 이들의 허덕이는 숨결로 곱게 씻긴 꽃이 피었다. 그 몸짓 그 음성 그냥 그대로 옛사람의 노래는 여기 있어라. “꽃”이라 제목 붙인 미당(未堂)의 시구이다. 정녕 피어 흐드러지고 비바람에도 황홀하게 질 줄 아는 꽃의 생리는 분명 자연의 섭리지만 인간의 관여가 없을 수 있는가. 비록 해마다 반복되는 섭리라 할지라도 그 섭리를 타고 인간의 역사는 이루어져 왔지 않는가?

모든 꽃은 저 홀로 무심히 피고 지는 것이 아니라 가신 이들의 더운 숨결과 목청과 몸짓대로 피는 것이리. 정녕코 우리의 산하에 피고 지는 꽃들도 5천 년 우리 역사의 고통스럽던 시기마다 꽃같이 숨져간 무수한 충심(忠心)들이 다시 살아오는 그 모습임이 분명하다. 꽃이 지는 가지 아래서 왠지 가슴 가득히 슬픔은 차오르고 슬픔의 물 위에 꽃잎은 낭자하게 떨어져 흐르는 것 같다. 그리고는 우리의 핏줄을 타고 실핏줄을 타고 전신으로 흐르는 무엇을 느낄 것도 같다.

올해 4월은 유난히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우리 곁에 꽃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꽃을 볼 수 있는 특혜와 교훈의 달이기도 하다. 자유와 평화 그리고 국가안위를 위해 꽃다운 단심(丹心)을 보여 준 수많은 애국 선인들의 공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신 이들의 헐떡이는 숨결로 피고 지는 꽃을 보며 자기 모습을 돌이켜보는 슬픔과 고독으로 마음의 때를 씻어봄직도 하다. 그리하여 56년 전의 외침! 우리의 혈관에 새로운 역사의 아름다운 꽃을 피웠던 저 4월 19일의 함성의 의미도 새롭게 되새겨 봄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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