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에 캠프4를 출발한 오은선은 13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안나푸르나의 정상에서 태극기를 활짝 펼쳐 들어 세계 여성산악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을 이뤄냈다.
하지만, 역사적인 오은선의 이번 안나푸르나 등정은 지난 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동료 산악인 고미영도 함께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오은선과 고미영은 세계 최초 여성산악인의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선의의 라이벌이었다.
당초 여성의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 도전은 에드루네 파사반(37. 스페인)과 겔린데 칼텐브루너(40. 오스트리아), 니베스 메로이(49. 이탈리아) 등 유럽 출신의 산악인들이 이끌었던 경쟁이었다.
뒤늦게 뛰어든 오은선과 고미영이 1년에 4개씩 정상에 오르는 등,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서운 기록을 선보이며 경쟁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고미영은 지난해 7월 낭가파르밧에서 하산하는 길에 난기류를 만나 실족사하는 사고를 당했다.
나란히 안나푸르나를 남겨뒀기 때문에 함께 오르자는 약속을 했던 이들의 꿈이 실현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은선은 선의의 경쟁자이자 아끼는 동생이었던 고미영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했다.
지난 3월에 가졌던 안나푸르나 출정식에서 고미영이 환하게 웃는 사진을 품고 정상에 도전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고미영과 생전에 했던 약속을 결국 지켜낸 오은선의 안나푸르나 등정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 외에도 다른 의미에서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욱 큰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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