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없는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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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없는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
  • 장세진
  • 승인 2014.10.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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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공고 교사·문학평론가

  최근 ‘제19회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경제.문화예술.체육.학술언론.농림수산.효행.나눔.근로 등 8개 분야 8명이 제34회 도민의날 기념식에서 상을 받는다. 일단 수상자 여러 분에게는 축하의 말씀 전한다.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은 글자 그대로 자랑스러운 공적을 가진 해당 부문 도민에게 주어지는 상이지만, 그러나 상금이 없다. 그전엔 각 500만 원씩 주어졌으니 상금이 없어졌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말할 나위 없이 상은 상금과 함께해야 기쁨이 배가되는 법이다.

  공직선거법 타령을 하는 모양인데, 변명에 불과하다. 조례 제정을 통해 얼마든지 상금도 줄 수 있는 걸 공무원들이 모르거나 게을러 그리된 일이기 때문이다. 가령 군산시 예산을 지원받는 ‘채만식문학상’은 매년 소설가 1명에게 1천만 원의 상금과 함께 자랑스럽게 시상하고 있다.

  상금도 없는 ‘시시한’ 상이라 그럴까.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문화예술 분야에서 문인 수상자는 2007년이 유일하다. 19회가 진행되는 동안 부문별로 수상자를 내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일례로 18회(2013년)의 경우 학술언론 부문 수상자가 없는 식이다.

  특히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5년 간 딱 1회뿐인 문화예술 부문의 문인 수상자를 보면 전라북도의 문학 홀대를 읽을 수 있다. 과연 전라북도에는 7년 연속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을 받을 만큼 왕성한 활동을 펼친 문인이 없었는가?

  참고로 지금 전라북도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문인은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작가회의 소속 등 7백여 명에 이른다. 물론 상금없는 ‘시시한’ 상이라 문인들이 지원서를 내지 않아 그런지도 모를 일이긴 하다. 필자 역시 상금이 없어진 이후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엔 아예 관심조차 없다.

  그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문학을 독립된 하나의 부문으로 보지 않고 두루뭉실하게 문화예술의 하위 개념으로 묶고 있는 전라북도의 인식이다. 어떻게 수 백 명이 활동하는 문학과 수 십 명에 불과한 다른 장르 예술을 한 묶음으로 할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

  과거 ‘전북문화상’이 문학에만 상이 치우친다며 다른 예술 쪽에서 반발하는 등 진통 끝에 통합된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의 문화예술 부문으로 알고 있지만, 이제는 문학이 역차별되는 아주 ‘요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혹 시인 도지사여서 역차별이 굳어지는게 아닐까하는 기우마저 생긴다.
   전라북도의 문학 홀대는 전주시의 ‘전주시 예술상’과도 비교된다. 전주시 예술상도 상금이 없어진 건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과 같지만, 문학이 문화예술로 묶여있진 않다. 과거 ‘풍남문학상’이 확대 개편되면서도 문학 홀대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은 여러 지자체들의 문화예술상이 그렇다. 전라북도처럼 문학이 두루뭉실하게 문화예술 부문에 묻힌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위상이나 존재감이 다른 장르와 같을 수 없는 문학이라는 방증인 셈이다. 문학이 문화예술 부문에서 독립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이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에게 무슨 태산준령은 아닐 것이다. 지난 해처럼 추천후보가 없어 수상자를 내지못하는 현실이 상금 없는 ‘시시한’ 상이라 그런 건 아닌지 심사숙고해 볼 일이다. 궁극적으론 상의 취지가 십분 살아나도록 해야 할 터이다.

  또 하나 의문이 있다. 각 시?군의 ‘시민의 장’이나 ‘군민의 장’조차 지방일간지 5단 통광고를 통해 공모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광역단체인 전라북도의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은 그런 적극적 공모가 없느냐 하는 점이다. 사실은 거기서도 문학 홀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다면 필자의 억측일까?

  제19회 시상을 앞둔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에 대한 전반적 검토가 있어야 하는 이유들이다. 문학을 따로 독립시켜 반드시 1인을 선정하고, 상금 수여로 기쁨이 배가되는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이 되도록 전라북도 및 도의회가 적극 나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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