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영원히 살아 숨 쉬는 것(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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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영원히 살아 숨 쉬는 것(1)
  • 허성배
  • 승인 2014.05.1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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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행(三人行)에 필유아사언(必有我師焉)이란 말이 있다.
세 사람이 함께 가면 거긴 반드시 한 사람의 스승이 있다는 논어의 가르침이다. 선행은 본받고 악행은 따라 하지 않으니 그게 바로 선행이 아니냐는 뜻일게다. 남이 남긴 뒤를 보고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가려 행하라고 하는 이 평범한 교훈에서 새삼 역사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의 그 숨겨진 뜻일 것이다.

역사란 있는 것을 사실대로 기록하고 보존해서 후세의 본보기가 되고자 하는 데에 그 생명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史實)을 사실대로 쓰거나 보존하는 일이 그리 쉬운 노릇인가?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아예 사관(史官)의 기록은 임금도 고치지 못하도록 당대의 것을 볼 수 없도록 못 박아 엄격히 지켜왔다. 자신의 업적은 미화하되 자신의 치부는 내보이기를 꺼리는 사람의 본성을 잘 알고 취한 현명한 장치였다. 추한 과거를 은폐코자 사관의 기록을 고치거나 없애도록 강요했던 조선 시대 영조나 연산의 행위조차도 조금의 가감 없이 기록되어 오늘에 전하는 것은 바로 그런 조상들의 신념과 의지의 덕분이 아닌가 한다. 치부를 속살까지 드러냄은 다시는 되풀이 안 한다는 결의이며 목숨을 다해 그걸 사실대로 보존함은 후대에 귀한 교훈이고자 하는 데에 그 진의가 있었을 것이다.
수년 전에 해외여행 중 잠깐 들렸던 이탈리아의 사도(四都) 폼페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벼운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사치와 향락, 그리고 퇴폐의 극치로 상징되던 도시 폼페이, 신의 형벌로 하루 아침에 폐허가 되어버린 부끄러운 역사의 현장이었지만, 그들의 후손들은 결코 그 자랑스러울 것이 없는 조상들의 치부를 조금도 가리거나 덮어버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금까지도 그 치부의 현장을 하나하나 파헤쳐 자신들의 교훈으로 기리고 있다. 비록 무너지다 남은 담장이지만 길모퉁이의 모습까지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그 담장 안의 깊숙한 방에 그려진 춘화 도의 실상과 음행의 현장까지도 생생하게 보존하고 있다. 말쑥해진 서울 거리에 다방 골의 일각 대문 하나라도 남아 있거나 6·25 때 잔인하게 일그러진 건물의 잔해 하나만이라도 그대로 보존되었다면 흔들리는 가치관 병든 이데올로기로 방향 감각마저 잃고 우왕좌왕하는 젊은이들이 이 처참함을 봤으면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독일의 옛 성 하이델베르크는 그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이 전쟁이라는 가공할 죄 때문에 얼마나 흉한 상처를 받았는가를 지금껏 그대로 증언하고 있다. 창공을 캔버스 삼아 그린 그로 데스크란 벽체의 미완성 작품 같이 깨어진 창문들이 지금도 하늘을 향해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뿜고 있다.
또한. 뉴욕의 상징인 자유여인 상 발밑에 자리한 미인 박물관의 노예무역선 모형도 가슴을 찡하게 한다. 굴비 두릅 처럼 엮어진 채 몸통에 짓눌리는 흑인 노예의 처참한 모습들이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비록 흑인과의 인종적 갈등을 오늘도 안고 사는 그들이지만 선은 선, 악은 악이라는 인간적인 솔직성과 참회의 마음은 살아 숨 쉬고 있다. 노예선의 수치를 그들은 조금도 숨기지 않고 양심대로 역사대로 역사 앞에 조각해 놓고 날마다 바라다본다. 잠시 지나친 필자의 감상으로 얼마나 깊이 볼 수 있을까 만은 지난 여행길에 들른 마닐라의 말라카냥 궁의 모습 또한 내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필리핀의 대통령관저인 이 궁은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실각 후 이멜다의 수백 켤레의 구두와 더불어 사치의 극치를 이루었던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영조나 연산군의 치부를 실오라기 하나 가리거나 덮지 않고 그대로 기록한 우리 사관의 뜻이 연상되어 새삼 충격적이었다. 당시 새 대통령이 된 코라손 아키노는 집무실과 관저를 궁 건너편에다가 조촐하게 마련해 놓고 국무회의나 국빈접대 등 공식행사만을 제외한 시간에 그 역사의 현장을 만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옛 왕조로 부터 스페인의 4백여 년 통치를 거쳐오면서 영욕을 함께한 궁은 필리핀 고유의 나무조각들로 장식 축조되어 하나의 커다란 민속 박물관 같았다. 그 구석구석 마다 오랫동안 독재와 사치를 만끽한 여인의 체취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또한. 거기에는 혁명군의 진압 도가 그려진 칠판과 더불어 독재자의 숨 가 쁜 몰락의 현장이 생생하게 보존되어 있었고 아키노의 암살현장까지도 모형으로 재현되어 있었다. 비록 주인 잃은 물건들과 사진들이지만 광기 어린 한 여인의 오만과 독선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연신 벗겨지고 서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역적 김대중은 1998년 11월 28일 독도를 포기하는 신-한.일협정에 서명했다. 국토를 보호하고 국민의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고 국민앞에 선서한 일국의 대통령이 1999년 1월 6일국회 토의도없이 당시 여당단독으로 날치기 통과시켜 1999년 1월 22일부터 발효. 이로인해 3.000여척의 어선이일자리를 잃었고 선박 및 어구류 제조업체들이 날벼락을 맞아 통곡 했다. 그후 김대중은 독도를 팔아먹은 역적으로 낙인이 찍힌것도 모잘라 그 어선들을 북한에 주자고 했다는데 바로 이같은 현상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4. 19 때 끌어내린 살아 있는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이나 분노에 찬 시민들이 짓밟아 없애버린 이기붕의 저택과 축재의 실물들이 말라카냥 궁처럼 지금도 제자리에 놓여 있기만 하다면 그들의 참모습을 어렵지 않게 심판대에 올려놓고 독재의 결말을 실감할 터인데 …… 우리는 잘못된 역사와 그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흔적을 남겨 반성할 수 있는 사실(史實)을 역대 대통령 누구 하나 챙기는 위정자 하나업는 후진국으로 전락하여 날만새면 국론분열이나 시키는 자기들의 밥그릇이나 챙기는 정치모리배들이라는 국민의 손가락질과 우리는 역사에 대한 조상들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지켜온 얼 과 사관을 너무쉽게 여기는 졸속 주의자가 되어버렸다.
특히 이번 세월호 참사에 연루된 국회의원에서부터 해수부. 해경. 기타 이사건에 관련되어 뇌물이나 금품을 받아 처먹고 맡은바 책임을 다하지못한 공직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중국의 사형제도나 미국의 2천년 징역형처럼 공직자들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최고형으로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응징하여 고질적인 부패뿌리를 뽑도록 사법당국에 강력히 지시해 줄 것을 전 국민은 바래고 있다.
한편 지난 4일 박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실종자 유가족들을 방문하고 가슴이 아프다는 절박한 위로와 함께 한사람의 실종자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여 찾겠다고 약속하고 또 이번사고에 연루된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하겠다고 다짐 했다.    

허성배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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