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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청렴과 욕망의 상관관계
icon 이충현
icon 2016-10-02 20:17:40  |   icon 조회: 1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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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구대

이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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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청렴과 욕망의 상관관계

[독자투고]청렴과 욕망의 상관관계

청빈하다고 하면 흔히 가장먼저 떠올리는 이미지입니다. 높은 벼슬도 싫소, 많은 논밭은 더더욱 관심 없다 외치고 굴하게 속세를 떠난 이름 모를 옛 선비가 떠오르기도 하고, 위 고사(故事) 주인공들의 현대판 ‘안회’나 ‘우겸’처럼 -물론 드물기는 합니다만- 여느 공직자들의 케케묵은 시계나 오래된 자동차를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청빈’이라는 말을 좀 더 살펴볼까요. 자세히 보면 이 낱말은 원인-결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청렴하기 때문에(淸) 가난하다(貧)’고 해석할 수 있는데 일상적이라기보다는 어쩐지 조금 단단하고 품격이 있게 느껴집니다. 물질적인 탐욕을 스스로 거부하고 빈궁하되 정직한 삶을 이어가겠다는 신념이 결코 평범하지는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청렴이 가난의 원인이 되려면 재물의 유혹 속에도 청렴을 지켜나가는 배경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게으르거나 무책임한 끝에 빈곤한 것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청빈이라는 말은 불의와 타협할 가능성에 많이 노출돼 있는 공직자들을 평가할 때 자주 쓰이며 부정부패를 물질적 이익과 교환할 수 있는 지위와 권력을 가졌음에도 도덕적인 길을 택할 때 더욱 빛나는 가치입니다.

하지만 과연, 청렴은 언제나 가난으로 이어질까요? 또 청렴한 사람은 반드시 욕망과는 거리가 먼 것일까요? 간단하지 않은 질문입니다. 그러나 두 세기가 한참 넘도록 청렴의 대명사로 회자되는 다산 정약용 선생은 왠지 답을 줄 것 같습니다.

“청렴하면 벼슬길도 더 탄탄해지고 수치도 없을 터인데 그 어리석음이 참담하다. 청렴이야말로 가장 크게 남는 장사이니라.” 다산의 일갈입니다. 그는 “욕심이 많은 자는 반드시 청렴하다” (대탐필렴, 大貪必廉) 며 어리석은 자는 작은 욕심을 채우려 탐관오리가 되지만 지혜로운 자는 더 큰 욕망을 지속적으로 이루기 위해서 청백리가 된다고 했습니다. 재물보다 더 큰 것, 즉 명망을 유지하려는 대승적 욕망이야말로 공직자에게 허락된 ‘올바른 욕구’라는 뜻이겠지요. 많은 공직자들이 한 치 앞의 물욕을 피하지 못하고 저물어 간 현대사회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욕망의 방향이 어디를 가리키느냐에 따라 패가망신과 영화(榮華)는 늘 한 끗 차이였습니다.

소설 <더러운 책상>(2003)은 박범신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유명합니다. 인상적인 제목에 대해 누군가 그 의미를 질문하자 작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여러 도움을 받아 축적한 지식과 능력을 마치 혼자의 힘으로 이룬 것인 양 오직 개인의 영욕추구에만 골몰하는 것은 추잡스러운 일이다.” 수많은 믿음으로 지탱된 책상에 앉아 책임질 의지가 있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제복을 입은 우리 경찰에게도 뼈가 있는 당부입니다. 어리석은 술수와 욕망으로 얼룩지는 지지는 않았는지, 오늘 이 아침에도 제가 입고 있는 이 옷을 단정히 돌아봅니다.

전주완산경찰서/화산지구대/경위 이충현

2016-10-02 20: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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