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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사회적 자본과 청렴시대
icon 이충현
icon 2016-09-21 14:45:23  |   icon 조회: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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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구대

이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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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사회적 자본과 청렴시대

[독자투고] 사회적 자본과 청렴시대

다른 사람을 잘 믿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수 있다고 합니다. 언뜻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하버드대학교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박사(정치학)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 <트러스트> (Trust)에서 사회적 자본(SC․Social Capital)의 개념을 주창하며 국가의 부(富)를 증대시키는 필수조건으로 다른 어떤 형태의 자본보다 사회적 자본이 중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사회적 자본은 신뢰나 규범 등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무형의 자산을 말합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신뢰도가 높은 사회일수록 거래에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어 국가 전체의 생산성이 증가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는 남을 믿는 데도 비용이 발생합니다. 불신과 불공정이 만연하게 되면 감독과 규제가 필요할 수밖에 없고 일상화된 갈등과 긴장이 사회적 응집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일찍이 1990년대에 사회적 자본의 개념에 접근하면서 ‘사회 전반의 신뢰’를 국가 미래의 핵심자산으로 이해했습니다. 반면 국내에서 해당 개념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입니다. 대한민국은 청렴한 나라인가라는 물음에 국민 10명 중 7명이 아니라고 답하고,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국제 부패지수 조사에서 연이어 하위권(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6위)을 기록하고 나서야 보다 부각되었습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 법은 이러한 한국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발의되었습니다. 갑론을박 속에 헌법재판소의 문까지 두드리게 되었지만, 이 법의 시행이 곳곳에서 부정부패가 감지되는 우리 사회의 환부를 도려낼 획기적인 계기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이와 더불어 공직사회가 새로운 청렴시대를 여는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공적제도를 믿지 못하고 사적제도에 의존하는 사회일수록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그만큼 더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직자가 앞서서 부패를 양산하거나 공공기관이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등 공적시스템이 붕괴된 사회에서 사회적 자본이 축적될 리는 만무합니다.

28일 김영란 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우리 경찰도 채비에 분주합니다. 현직경찰관들이 사용하는 내부통신망에는 <청탁금지법 수사토론방>까지 신설되어 청렴성의 기준과 실현방안에 대한 논의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10만이 넘는 공직자가 몸담는 조직으로서 신(新)청렴시대를 맞이하는 책임감으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한 사회의 신뢰수준은 해당 사회의 현재는 물론 미래를 위해서도 대단히 의미심장한 지표가 됩니다. 후쿠야마 박사의 말대로 사회 구성원 간 신뢰로 형성된 국격(國格)은 그 어떤 자원과도 바꿀 수 없는 희소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청렴에 대한 많은 물음표 속에 지금 한국 사회는 김영란 법이라는 느낌표 하나를 야심차게 빼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적 자본의 한 축으로 성장하려는 우리 경찰의 비전도 많은 국민들에게 울림을 주는 또 하나의 느낌표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전주완산경찰서/화산지구대/경위 이충현

2016-09-21 14: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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