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이 겨울철에 우리나라를 찾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왜냐하면 철새들이 우리나라에 찾는 것 자체가 아직도 이 나라가 살만한 곳임을 뜻이기 때문이다.
만약 철새가 찾지 않는다면 그 곳은 죽은 터전이고, 우리들도 머지않아 이 땅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이 해마다 줄고 있다. 그 만큼 철새들이 살만한 공간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정작 사라져야할 존재는 철새가 아니라 철새만도 못한 정치인들이다.
철새 정치인은 한국의 정치에서 정강과 신념보다는 당장의 이익과 권력을 좇아 쉽게 당적을 바꾸는 정치인을 말한다. 주로 야당으로 활동하다가 집권당으로 당적을 옮기거나 선거기간동안 집권이 유력한 정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정치인을 경멸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개요는 이러하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집권당측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을 회유하여 빼나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말이 생겼다.
2000년 이후에는 집권당에 입당하는 야당 정치인뿐만 아니라 그 반대로 여당을 탈당하여 집권이 유력한 야당으로 입당하는 정치인들도 생겨났다. 대표적으로 2002 대선 때에는 당시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이 야당이었던 한나라당보다 지지율이 훨씬 낮았기 때문에 생존을 도모하여 당적을 옮기는 철새 정치인이 많이 나타났다. 그러나 2002년 12월 그동안 지지율에서 밀리던 노무현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이후, 민주당을 탈당하여 한나라당에 입당했던 철새 정치인들은 대부분 이후 벌어진 17대 총선에서 민의의 심판을 받아 낙선했기 때문에 철새 정치인이 설자리가 좁다는 것이 상식화되었다.
이처럼 한국 정치에서 철새 정치인이 많은 것은, 정치인들이 민의보다는 권력욕에 이끌려 정치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이다
오는 19일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다. 이번선거에도 어김없는 철새들의 겨울나기가? 시작되었다. 대표적으로 이인제 의원이 또다시 자기 당을 버리고 새누리당에 합류해 무려?13번이나 당적을 옮긴 대표적인 철새 정치인으로 낙점되었다.
또 수 십 년 동안 민주화를 위해 생사를 넘나들고 야당으로써 국민들에게 사랑받아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부가신들도 평생을 만들어준 민주당이 어쩌고 하면서 둥지를 박차고 평생 이념 대립을 반복해온 후보에게 붙어버렸다.
전북지역도 상황을 똑같다. 최근에 기득권 판치는 정당 정치 청산을 위해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했던 전 도의회 의장 등 전직 시·도의원 수십명이 마음을 바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일각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철새처럼 지지 후보를 바꾸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도 적지 않게 일고 있다. 물론 모든 후보자에 대한 투표와 지지는 자유다. 그러나 선거는 정치발전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한국의 정치는 선거철마다 철새정치인들을 비난하면서 아무 죄도 없는 철새를 입에 오르내리는 관행이 사라질 때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다.
정치인들이 스스로 철새정치인이 아닌 고귀한 한 존재로서 자리매김하려면 생명체에 대한 이해와 진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 과정 없이 선거를 통해 당선되더라도 한국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올해 선거에는 생명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그런 정치인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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