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해진(41)의 첫 멜로 연기가 합격점을 받았다.
27일 개봉한 영화 '적과의 동침'(제작 RG엔터웍스·배급 쇼박스㈜미디어플렉스)은 인민군 정치장교 '정웅' 김주혁(39)과 석정리 여교사 '설이' 정려원(30)의 사상과 이념을 뛰어넘은 가슴 아린 사랑이 전부가 아니다. '재춘' 유해진과 '수원댁' 양정아(40)의 코믹하면서도 리얼한 로맨스도 등장한다.
재춘은 마을로 쳐들어온 인민군들까지 '무장해제'시킬 정도로 화려한 입담의 소유자다. 그러나 마음에 두고 있는 수원댁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져 오히려 관심 없는 척, 센 척하는 '순진남'이다.
반면 수원댁은 정도 많고, 눈물도 많은 '순수녀'이면서도 애정만큼은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쟁취하려고 하는 도전적인 면도 지니고 있다.
극중 두 사람은 6·25동란 발발 전까지 '홀아비'와 '과부'라는 동병상련으로 서로를 남몰래 마음 속에 품어왔지만 결코 내색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러나 재춘의 아들 '석호'가 의용군으로 강제징집되는 등 전쟁 탓에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마침내 감춰뒀던 속마음을 드러낸다.
한밤에 고기와 밀주를 챙긴 수원댁이 재춘의 집을 찾고, 술잔을 기울이던 두 사람이 취기를 핑계로 급기야 포복절도 '이불신'을 펼친다. 여기에 이튿날 아침 재춘의 집을 찾은 주민들이 이 광경을 목격한 뒤 "난세에 영웅이 난다더니 여기는 난세에 애가 하나 나게 생겼다"고 덕담하며 축복한다. 이런 모습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이자 전쟁의 아픔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박건용(35) 감독은 "유해진이 멜로 연기를 '적과의 동침'에서 처음 하게 되는 것이라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역시 출중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답게 전쟁 속에서 코믹하면서 가슴 찡한 유해진식 러브 모드를 전개해 웃음 속에서 아픔을 찾고 치유하려는 영화의 주제 의식을 생생하게 표현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관객들도 "유해진식 순박한 러브신이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유해진이 김혜수를 어떻게 사로잡았었는지 이 영화를 보니 알겠다"며 호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