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없는 옷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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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없는 옷차림
  • 허성배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7.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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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길을 걷던 K씨가 나를 처다보더니 “여보게. 바지에 허리띠를 매지 않고 다니면 어떻게 되지?”하고 묻는다.
 “아니.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그게 요즘 유행이 아닌가”하고 대수롭지 않게 응수를 했더니. 남자가 그런 꼴로 하고 다니는 것도 볼품 사나운데 저것 좀 보게나. 여자가 남자 바지를 입고 허리띠조차 매지 않고 다니니 참 보기가 아슬아슬하고 영 보기가 별로 안졶네 그래....하고 혼자 투덜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아 매사를 좀 낭만적으로 생각하라고. 여자가 바지를 입고 허리띠를 매지   않고 다니는 건 나는 이렇듯 방비하는 상태라는 표시라고 생각하라고...하고 웃으며 말했더니 “그런 논리가 어디 있어” 하더니 껄껄 웃어대는 것이다.
 어떻든 유행의 탓인지는 모르지만. 요즘에 보면 남자옷인지 여자옷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바지가 그 좋은 예라 하겠다. 뜨듯 더운 여름철인데도 기어이 남자 바지를 입고    다니는 여성들이 많은 것은 그 좋은 예라 하겠다.
「T. 셔츠」도 마찬가지다. T.셔츠는 땀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입기에 편하고 빨아 입기도 쉽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옷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젊은 여성들도 남자들이 입는 T.셔츠를 즐겨 입고 있다.
 T.셔츠란 원래 남자가 겉옷 안에 입는 속옷인데 요즘에는 겉옷을 입지 않고 T.셔츠만 걸치고 아무 데나 활보하는 세상이 되었다. T.셔츠란 영어의 「T」자 모양으로 된 속 셔츠를 말하며. 운동할 때나 등산을 할 때 가벼운 옷차림으로 흔히 입어 왔다.
 그러므로 T. 셔츠는 값싼 목면으로 만든 흰색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젊은이들이 겉옷으로 입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울긋불긋한 색깔로 바꾸어 복장의 습관을 변혁시켰다. 물론 이것은 미국의 「히피」들이 반문화운동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남자들의 장발이나  T. 셔츠니 청바지니 하는 것도 모두 그런 부류에 속하지만. T.셔츠를 즐겨 입는 히피들은 언제나 포스터를 걸치고 다니듯 간단한 구호를 적어넣어 입고 다니는 행동을 한 것이 세계적으로 번졌다고 한다.
 이를 모방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T.셔츠 」의 가슴팍에 또는 등 뒤에 요란한 글자를 써넣어 입고 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 아이 보러 유。”니 “아이 엠 헝가리。”니 하고 써 붙이고 다니는 것은 애교나 엄살로 보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Western man ”이니 “ Beautiful girl” 이니 하고 써 붙이고 다니는 것은 즐겁지 못한 일이라 하겠다. 여성의 남성화나 남성의 여성화로 성(性)을 분간할 수 없는 중성화 시대로 치닫는 감을 주고 있는 오늘 우리는 여자가 남자 바지를 입던 부로 진을 입던 탓할 바는 아니다.
 또 남자들이 속옷으로 입던 T.셔츠를 여자들 맞아 즐겨 겉옷으로 걸치고 다니는 것도 세태의 변화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뿐인가 여름철을 맞아 옷차림은 더욱 야해져 “핫팬츠 (hot pants)”를 입고 아무 거리낌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은 보기에 좀 민망 스러울 뿐만 아니라 너무 아슬아슬해 청소년들의 탈선 빌미를 제공하기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등이나 가슴팍에 영어 단어가 쩍쩍 찍은 T.셔츠를 걸치고 다니는 젊은이들의 변화된 모습에 이제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허성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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