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소년도 10년이면 10억도 벌 수 있는 나라, 인권포기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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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소년도 10년이면 10억도 벌 수 있는 나라, 인권포기하면...
  • 조병현
  • 승인 2013.07.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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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은 자주 목적이 된다. 우리나라같이 순식간에 경제발전을 가져온 경우, 그 과정에서 기회의 불균형이 있거나 투기가 왕성하고 부의 재분배가 고르지 않다면 돈을 향한 목적은 더욱 거세게 일 수 있다. 대개 이런 경우 그 방법들이 사회에 심한 부작용을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례로 돈을 노리고 벌어진 보험금 사기나 살인이 너무나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 경우 대상이 친구, 동료, 애인인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부모까지도 범행대상이 되고 있어 우리나라가 얼마나 돈을 향한 목적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한 때 10년 동안 10억 만들기라는 말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10억 만들기’라는 책도 있다. 인터넷에 보면 10년 동안 10억 만들기를 위한 방법들도 여러 곳에 나온다. 들여다보면 방법들도 여러 가지인데다 나름 설득력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10년에 10억 벌기 가능한가?

 그럼 대한민국에서 보통사람이 정상적인 행위로 10억을 버는 데 통상 얼마나 걸릴까? 그냥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1년에 1억 원씩 모으면 10년이면 된다. 그럼 1년에 1억을 모으려면 한 달에 830만원 넘게 모아야 한다. 그럼 하루에 얼마를 벌어야 할까? 의미 없는 일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계산만 해본다면, 1일 27만 원 이상을 모아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는 그냥 10억을 만드는데 초점을 둔 것이고 그가 10년 동안 생활을 하면서 모아야 한다면 숫자는 훨씬 더 커진다. 그럼 이런 숫자가 대한민국에서 가능한가? 보통사람은 불가능하지만 예외는 있다. 왜? 대한민국이니까!

 그 비뚤어진 실례가 있다. 지난해 간첩누명을 쓰고 수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김양기(61)씨와 가족에게 14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있었다. 재판부는 "김씨가 보안부대에서 불법적 수사를 받았고 담당검사는 이를 알았음에도 자백을 강요하고 물리력을 행사했다"면서 "김씨의 수감을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결 이유를 들었다.

 다른 예도 있다. 2011년, 서울중앙지법은 36년 전 수사기관의 조작으로 인해 간첩으로 몰려 10여 년간 수감됐던 재일교포 김우철 형제의 유족에게 국가 등이 2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우철 형제가 간첩활동을 했다는 점에 관해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경찰이 체포·구속했으며 고문과 폭행, 협박 등 가혹행위를 통해 허위진술을 받아내는 방법으로 증거를 조작했다"며 "국가와 경찰 모두 배상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고법은 지난해 간첩 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죽산 조봉암 선생의 유족 4명이 낸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모두 29억7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서는 실제 금액이 63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인권과 시간을 타자에 의해 빼앗겼고, 이에 대한 배상으로 돈으로 보상받았다. 인권과 시간이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가는 차치로 미루자.

 ■15세 소년범 그도 10억을 받을까?
  위의 예에서 본 것처럼 잘못된 판결에 의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는데 무죄로 밝혀졌다면 국가를 상대로 억울한 누명에 의한 옥살이에 대해 형사보상법에 의해 형사보상금 청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형사보상법에 따르면 형사소송법에 의한 일반절차 또는 재심이나 비상상고절차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자가 미결구금을 당했을 때는 이 법에 의해 국가에 대해 그 구금에 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10년간 옥살이를 하는 동안 근로를 했다면 어느 정도의 보수를 받았는지 직업과 나이에 따라서 형사보상금이 결정되고, 또 어느 정도의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는지에 따라서 위자료를 받는데, 1일 최소 5천원부터 최저임금법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최대 5배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그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나에게 청구할 수 있지만 시간만은 안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시간의 중요함과 더욱이 지나버린 시간은 나폴레옹도, 어느 인간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최근 익산에서는 15세 소년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10년 동안 옥살이를 한 게 밝혀져 세상을 분노케 했다. 15세 소년, 그는 세상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수 없는 10년을 잃어버렸다. 어쩌면 10년이 훨씬 넘을지도 모른다. 남은 수 십 년도 잃어버린 10년의 그늘 때문에 피폐함의 그늘에 묻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국가로부터 보상금으로 10억을 받을지 어떨지 모르겠으나 필자는 그렇게 10억을 버느니 국가로부터 나의 인권을 포기당하는 일이 안 생기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 돈이 부럽지 않다. ‘무엇’ 보다는 ‘어떻게’가 더 중요한 것은 그게 사람다움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어떻게’ 보다는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가 돼버린 지금, 그래서 가족의 목숨이 가족에 의해 희생되고, 인권도 국가에 희생될 수 있는 너무 희한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돈맛을 강조해 온 대한민국인데, 이 순간 어느 소년은 인권과 10억을 맞바꾸려 하지는 않을까? 이 소름끼치도록 희한한 기회가 있는 나라에 나는, 우리는, 후손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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