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보물을 맡아서 죽지 못한 기독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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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보물을 맡아서 죽지 못한 기독교인
  • 김승연 목사
  • 승인 2013.06.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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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방랑하던 유대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주후 1311년 프랑스 필립 왕은 모든 유대인들에게 이틀 안으로 왕국을 떠나지 않으면 모두 죽인다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가옥과 전답은 물론, 가재도구를 처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결국 모든 유대인들은 한 푼도 챙기지 못하고 빈털터리로 프랑스를 떠나 방랑하게 되었습니다. 파리 출신의 한 유대인 상인 역시 자신의 돈과 귀금속 전부를 처분하지 못하였으므로 그동안 사귀며 살았던 이웃 그리스도인에게 믿음으로 맡기고 안심하고 떠났습니다. “언젠가 유대인 추방포고령이 취소되면 다시 돌아올 테니 그동안 좀 맡아주십시오.”

유대인 상인은 다행히 그리스도인이 돈과 귀금속을 맡아주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미련 없이 프랑스를 떠난 후, 동족들과 함께 세계를 유리방황하며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습니다. 세월이 흘러 필립 왕은 죽고, 왕위를 계승한 아들이 유대인 추방령을 철회할 뿐 아니라, 흩어졌던 유대인들이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결과 유대인들이 프랑스로 속속 돌아오고 있었고, 이 때 파리 출신 유대인 귀금속 상인도 끼어 있었습니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전 재산을 맡겨두었던 그리스도인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 이웃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귀금속 상인은 알만한 이웃들에게 수소문하여 보았더니 몇 년 전에 전 재산을 잃고 저택까지 날리고 난 다음, 형편없는 생활을 하다가 이웃도시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아낸 그는 절망했습니다. 만약 그 그리스도인 이웃이 자신의 모든 재산을 상실하고 거지가 되었다면, 분명 자신이 맡겨놓은 전 재산도 상실했으리라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 상인은 풀이 죽은 채 이웃 도시에 살고 있다는 그 이웃을 우여곡절 수소문 끝에 찾았습니다. 막상 찾고 보니 이미 노인이 된 그 이웃은 쇠약한 모습으로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상자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 이웃은 유대인 상인을 알아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더니 상자 속에서 가방 하나를 꺼냈습니다. “여기 당신이 맡겨놓은 가방이 있소. 당신이 언젠가 돌아온다 하여 그동안 당신의 것만큼은 소중히 지켜왔소.”

그는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이처럼 잘 보관할 수 있었단 말이요? 재산을 다 잃고 추위에 떨며 헐벗고 굶주리면서도 이 가방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구려!”

 “예, 내 것이 아닌데 어떻게 손을 댈 수 있겠소. 그동안 내가 당하는 고통이 너무 극심해서 여러 번 삶에 회의를 느끼고 수차례 자살도 생각해 보았으나 죽을 수가 없었소. 그 이유는 당신이 내게 맡겨준 그 보물가방을 지키겠다는 약속 때문이었소. 그동안 나는 심한 고통을 감수하면서 당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소. 이제 돌아왔으니 참으로 잘된 일이요.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소.”

유대인 상인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나를 기다리면서 목숨을 끊지 아니한 일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요. 당신이 겪었던 그 어려웠던 날들이 이제 다 지나갔소이다. 이제부터 당신은 나의 진정한 형제입니다. 내 소유의 절반을 당신에게 주겠소.” 그 후 유대인 상인과 그리스도인 이웃은 우정을 지키며 친형제처럼 오래오래 살았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이제 우리 기독교인들도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미래저축은행 김 모 회장이 비자금 52억 원을 어려서부터 사귀어온 친구에게 믿고 맡겨놓았는데, 그 친구가 그만 그 돈을 훔쳐 탕진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세상 사람들은 우선 먹기에 곶감이 달다고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사리사욕을 위하여 살아갈지라도 기독교인만큼은 하나님은 물론이고, 이웃과의 약속도 생명처럼 지키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럴 때에 혼자만 잘사는 세상이 아닌, 다함께 잘사는 나라가 될 줄 믿습니다.
 

김승연 서문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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