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쇼팽을 영웅으로 만든 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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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쇼팽을 영웅으로 만든 슈만
  • 김승연 목사
  • 승인 2013.03.05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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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벌(경쟁) 의식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경쟁을 좋은 의미로 활용할 때는 엄청난 효과를 내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돌이킬 수 없는 악순환을 낳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학교교육이 오직 성적중심이어서 대학 진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라이벌 의식 하면 보통사람들보다 예술인, 특히 음악인들이 더욱 심하다고 말들을 합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음악계에서 피아노의 3대 서사시 하면 프란츠 페테르 슈베르트(오스트리아, 1797-1828), 프레데리히 프랑수아 쇼팽(불란서, 1810-1849), 로버트 슈만(독일, 1810-1856)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피아노의 황제 하면 피아노의 3대 서사시를 능가한 프란츠 리스트(헝가리, 1811-1886)라고 합니다. 이들은 모두 동 시대에 태어나 동 시대에 활약한 피아노 작곡가,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인지도와 유명세는 각각 다릅니다.

  슈만과 쇼팽에 관한 일화를 소개하겠습니다. 쇼팽은 아버지가 불란서, 어머니가 폴란드 출신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쇼팽이 불란서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쇼팽이 연주를 마치자마자 맨 앞 관중석에 앉아있던 한 사람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습니다.
“사랑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은 피아노의 영웅이 탄생한 날입니다. 우리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벗고 박수를 보냅시다.”

  그 사람이 바로 쇼팽의 라이벌인 슈만이었는데, 그 날 연주회에 참석한 것입니다. 그 일로 인하여 쇼팽은 일약 세계적인 피아노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슈만은 더 위대한 영웅이 되었습니다. 이유는 쇼팽과 자신은 동갑내기로써 라이벌임에도 불구하고 쇼팽의 피아노 실력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니라, 쇼팽의 놀라운 재능과 피아노 연주 솜씨를 액면 그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평가하고 응원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쇼팽처럼 피아노를 잘 아는 작곡가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다른 음악가들은 작곡 할 때 가능한 한 모든 악기의 곡을 작곡했지만, 쇼팽은 일생동안 오직 피아노곡만을 작곡하고 연주했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독일에서 사역할 때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 선생의 연주회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초청을 받아 로얄 VIP석에 기자들과 함께 앉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정명훈 선생의 지휘와 함부르크 NDR 방송국 심포니의 연주는 수준급이었습니다. 내용은 함부르크 NDR 방송 심포니에서 정명훈 선생을 지휘자로 초청하기 위한 연주회였기에 매우 의미 있는 지휘였고 연주였던 것입니다.

  그 때 많은 기자들은 연주에 심취되어 열광하는 박수갈채를 보내고, 연주가 끝남과 동시에 일동 기립 앙콜 박수를 치고 있는데, 어느 한 기자는 박수도 치지 않고, 기립도 하지 않고, 끝까지 발을 꼬고 삐딱하게 앉아 매우 불만족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날 많은 기자들은 여러 신문과 방송을 통해 호평을 해주었는데, 그 기자가 쓴 신문은 혹평을 해놓은 것입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대접을 받고자 하면 먼저 남을 대접하라”고 하셨습니다.“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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