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떨떠름한 대하사극 ‘대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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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떨떠름한 대하사극 ‘대풍수’
  • 장세진 군산여상교사, 문학평론가
  • 승인 2013.02.0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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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10월 10일 전파를 타기 시작한 SBS 대하사극 ‘대풍수’가 2월 7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첫 회 6.5%(AGB닐슨 전국가구 기준) 시청률로 시작한 ‘대풍수’는 3회 10.6% 등 두 자릿수에 오른 적도 있지만, 실패한 대하사극이라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200억 원을 쏟아 부은 36부작(대선 개표방송으로 1회 결방) ‘대풍수’에 대한 자사 홍보는 유별났다. 첫 방송을 앞두고 ‘대풍수 스페셜-내일을 보는 사람들’을 내보낸 것. 일반적으로 본 방송 결방이나 대박 드라마로 종영된 후 내보내는 것이 스페셜 방송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배우와 스태프 인터뷰, 대규모 세트장 소개 등 스페셜 방송이 ‘대풍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MBC ‘마의’ 역시 10월 1일 첫 방송 직전에 촬영장 뒷이야기, 배우들 인터뷰 등을 내용으로 한 ‘마의 100배 즐기기’를 내보냈다. 또 다른 대하사극 KBS ‘대왕의 꿈’도 마찬가지다. 본 방송 전 스페셜 방송이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그럴 듯해진 셈이다.

  ‘대풍수’는 지난 연말 대선을 앞둔 시점에 방송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상파 3사의 대하사극이 대선 전 앞서거니 뒤서거니 방송을 시작했지만, 특히 ‘대풍수’가 눈총을 받았다. 조선건국의 주역 이성계 이야기여서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를 정당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드라마 덕분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대선 결과는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다. 분명한 사실은 ‘대풍수’라는 제목과 핀트가 맞지 않는, 어쩐지 떨떠름한 대하사극이란 인상을 끝내 떨쳐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마 실패의 원인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초반부에서 상의를 벗은 정사신, 입까지 벌리는 키스신 따위 선정성 논란은 사소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어쩐지 떨떠름한 느낌은 결코 민중혁명이라 할 수 없는 군사 쿠데타를 정당화시키거나 미화한 데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점은 드라마 중 ?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노골화되었다. 일개 풍수인 목지상(지성)이 이성계(지진희)의 책사(이를테면 개국공신)로 둔갑하는 것부터 그렇다. ‘자미원국’(임금 자리의 상징)이란 풍수설이 결국은 계획되고 만들어진, 그리하여 인위적 프로젝트에 불과했다는 역설이 아니고 무엇인가!
   더욱 의아스러운 것은 이성계라는 캐릭터의 이중성이다. 왕이 되려는 야심을 가진 게 분명한데, 피는 더 보려하지 않는 이성계의 행동거지 등이 그렇다. 이성계는 그럴 맘이 없는데 목지상이나 정도전에 의해 거의 반강제적으로 고려를 뒤엎는다는 식의 전개 역시 어쩐지 떨떠름한 기분을 안겨준다.

  강씨부인(윤주희)의 유언비어 살포나 이방원(최태준) 살해 시도 등 이성계가 임금도 되기 전 각 세력간 모략과 암투 전개는 조선왕조 초기 역사적 사실과 맞물려 그럴 듯해 보인다. 지상과 해인(김소연)의 로맨스 부각 역시 극적 긴장감 완화와 함께 김빼기라는 동전의 양면 같은 전개로 보인다.

  그나마 건질 것이 있다면, 팩션인 점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고려 말의 ‘막장역사’이다. 임금의 생모 반야(이윤지)를 일개 신하 정근(송창의)이 취(娶)한다. 신하가 우왕(이민호) 임금을 넘어뜨리고 막말로 대한다. 임금이 신하에게 살려 달라 간절히 애원한다. 그렇듯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었기에 고려는 이씨에게 왕조를 넘겨준 것인가?

  설사 역사적 사실이 그랬을망정 풍수지리설에 의해 뭔가 이전과 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걸로 기대를 모았던 ‘대풍수’는 어쩐지 떨떠름한 대하사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실패한 드라마로 남게 되었다. 탤런트 지성은 ‘김수로’(2010)에 이어 두 번째 실패한 대하사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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