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그 변절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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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그 변절의 계절
  • 장세진 군산여상교사, 문학평론가
  • 승인 2012.12.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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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말로 제18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안철수 전 후보의 문재인 적극지지 이후 대선 판세는 보수와 진보 1 대 1 구도로 짜인 모양새다. 그중 보수대연합의 똘똘 뭉치기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들까지도 보수대연합에 합류하지 않을까 싶다.

  김영삼 ? 김종필 ? 이회창 ? 이인제 등 전 대통령 내지 정당 대표들은 그렇다 치자. 친인계 핵심인 이재오의원이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의 박근혜후보 지지도 나름 설득력 있어 보인다.

  보수대연합에 설득력이 떨어져 오히려 화룡정점인 것은 ‘리틀 DJ’라 불리우는 인사(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박근혜후보 지지다. 이른바 동교동계의 박근혜지지 인사는 그뿐이 아니다. 김대중대통령비서실장을 했던 인사 등 여러 명이다.

  문단에선 박정희 독재정권 탄압의 한 상징이었던 ‘오적’의 시인 김지하가 ‘원수의 딸’인 박근혜 지지에 나서 때아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를테면 대선, 그 변절의 계절을 폭설, 한파와 함께 온몸으로 맞고 있는 셈이다.

  야당이거나 재야인사였던 그들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다. 지난 시절의 탄압과 굴욕을 흐른 세월에 묻어둔 용서와 화해로 보이지도 않는다.

  박근혜후보 지지가 변절이라는 비판에 대해 김지하는 “뭐가 변절이냐? 누가 내 동지냐? 민주화운동이 무슨 당에 속한 것이냐?”(경향신문, 2012.12.6) 강변하지만, 썩 공감되진 않는다. 특히 동교동계의 이합집산은 김대중대통령 서거로 이미 구심점을 잃은 상태라 해도 한국정치사의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경우,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른바 친노세력에 대한 사감도 많이 작용해 그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설사 지난 총선에서의 공천 탈락 등 소외감이 컸더라도 “나를 무시해. 니들 맛 좀 봐라”하는 억하심정으로 평생 쌓아온 정치 신념이나 브랜드를 포기하는 일은 득보다 실(失)이 많지 않을까?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박근혜후보 지지는 문재인 후보의 버팀목이라 할 친노세력의 포용력 부재가 원인일 수도 있다. 또 정치적 선택은 민주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변절의 계절, 대선을 지켜보는 일은 씁쓸하다. 우울하다.
   그에 반해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의 진보대연합은 대체로 그럴 듯해 보인다. 민주당과 진보정의당, 안 전 후보 캠프, 재야 ? 시민단체 등 범야권이 두루 진보대연합을 이루고 있어서다. 또 변절로 보이는 과거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쪽 인사의 진보대연합 합류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 대표의 문재인후보 지지 선언이 있었지만, 그의 본류는 야당이었기에 ‘귀환’쯤으로 봐줘도 무방할 듯하다. 어쨌든 상대적으로 정치 거물은 없어 보인다는 게 진보대연합의 한 특징이다.

  그렇게 보수 대 진보로 재편되고 보니 흥미로운 게 있다. 보수대연합 세력은 후보를 빼곤 많은 면면들이 ‘올드 보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의 박근혜 지지 후보로 인해 대선 승리가 이루어져도 크게 할 일은 없어 보이는 것이다. 글쎄, 그것이 새 정치를 위한 대통합일지 의아스럽다.

  반면 진보대연합은 ‘한물 간’ 인물들이 아니다. 원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구태정치에 비교적 때묻지 않은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변절의 계절일망정 대선을 지켜보는 일이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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