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덕명 김제소방서 소방행정팀장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친환경 측면에서 지지받던 전기차 소유자들이 이제는 비난을 받고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됐다. 일부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 출입을 금지하기도 하며 소비자들의 전기차 기피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일 부산 벡스코 지하에서 전기자전거 배터리를 충전하던 중 불이 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여 큰 화를 면했다. 11일에는 부천 다세대주택에서 전기자전거 배터리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보통은 충전 중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 충전기나 충전케이블의 결함, 충전 중 차량의 충격이나 낙하, 충전기와 차량의 접촉 불량 등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충격 혹은 충돌 사고로 인해 전기차의 배터리가 손상되면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기타 차량 내부의 전기 배선이나 전자 부품의 결함, 차량의 관리 소홀 등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예민한 배터리 관련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본질적으로 배터리에 대한 인증체계 등 정부의 역할 강화가 중요하다. 전문성을 갖춘 정책결정권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배터리 제작사는 품질 안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제작사는 배터리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는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 최근 이러한 기술 개발의 성과가 조금씩 보이고는 있다. 최근 발생한 테슬라 화재의 경우, 양평에서 운행 중 전원이 차단되면서, 운행 불가 상태가 되었다. 화재 발생 이전에 배터리의 이상을 감지하고 운행 중단을 통해 인명피해를 막았기 때문에 피해가 크게 퍼지지 않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노력에 더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급속충전 보다는 완속 충전을 자주 이용하고, 최대 충전율을 85% 미만으로 셋팅해 놓는다면, 전기차 화재의 99%는 예방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충전요금 차별화를 정책으로 고민해 볼 수도 있다. 85% 이상으로 충전할 경우, 요금을 좀 더 비싸게 책정해 자연스러운 억제를 유도할 필요성도 있다.
소방서에서는 배터리 화재 열폭주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특수 장비 도입과 전문 교육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관련 대책으로 충전시설 지상주차장(외부)에 설치 권고, 지하층 설치 시 지표면과 가까운 층 주출입구 인근 위치에 설치, 24시간 화재감시가 가능한 전용 CCTV설치 추진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친환경 이동수단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나 그 보급에 따른 안전대책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배터리 화재는 단순히 개인의 사고로 끝나지 않고, 주변 주거 공간까지 침투해 다수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 제조사, 시민 모두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함께 대응해 안전이 확보 되었을 때 비로소 ‘친환경’이라는 이름값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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