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역사 새로 쓴 오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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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역사 새로 쓴 오현규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6.0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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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컵을 들어올린 김민재와 스페인 라리가에서 두 자릿 수 공격포인트 등 여러 가지 처음을 기록한 이강인 얘기만 하고 끝내면 서운해 할 선수가 있다. 바로 ‘한국축구의 신성’ 오현규다. 카타르월드컵에 등번호 없이 참가했던 오현규는 지난 1월 K리그1 수원 삼성을 떠나 스코틀랜드 셀틱 유니폼을 입으며 이른바 유럽파가 된 선수다.
뉴스를 종합해보면 공식전 20경기에서 7골(정규리그 6골)을 작성한 오현규는 유럽 진출 불과 4~5개월 만에 3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먼저 셀틱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에서 리그 4경기를 남겨두고 우승을 조기에 확정했다. 한국인 선수가 스코틀랜드 리그 우승을 경험한 것은 2012년 기성용(FC서울), 차두리(FC서울 유스디렉터) 이후 11년 만이다.

셀틱은 지난 2월 스코티시 리그컵에서도 우승했다. 또한 셀틱이 6월 4일 열린 스코티시컵(FA컵) 결승전에서 승리해 오현규는 ‘3관왕’ 타이틀까지 거머쥔 선수로 거듭났다. 이렇게 진출 시점상 유럽파 막내격인 오현규(2001년생)는 한국축구의 밀레니엄 세대 중 유럽 무대에서 가장 먼저 우승을 챙긴 첫 선수가 됐다.    
더구나 지난 시즌에 이어 리그 2연패이자 통산 53번째 우승을 차지한 셀틱은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본선 진출 티켓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니까 UCL에서 탈락 확정된 토트넘의 손흥민이 뛰는 건 볼 수 없지만, 셀틱의 오현규는 나폴리를 떠날 것이 확실시되는 김민재와 함께 보게 된다는 얘기다.
“수원 삼성에서 2019년 FA컵, 김천 상무 시절 K리그2 우승을 맛봤던 오현규는 가는 팀마다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우승 요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오마이뉴스, 2023.5.9.)는 지적이 그럴 듯하게 다가올 정도다. 아직은 주전이라기보다는 백업 자원에 가까운 오현규이기에 더 놀랍고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지난 카타르월드컵 이후 셀틱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았던 선수는 조규성이었다. 2022시즌 K리그1에서 전북의 FA컵 우승과 정규리그 준우승에 기여하며 득점왕까지 차지했던 조규성은, 카타르월드컵에서 황의조를 제치고 주전 공격수를 꿰찼다. 가나전에서는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한 경기 멀티골까지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당시 셀틱 외에도 유럽 여러 구단들이 조규성의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핵심 공격수를 쉽게 보낼 수 없었던 전북은 여름 이적을 권했다. 조규성은 결국 구단의 뜻을 받아들여 K리그에 남는 선택을 했다. 셀틱은 오현규로 방향을 선회했고, 전격 이적이 이루어졌다. 오현규는 그리 길지 않은 출전시간에도 불구하고 빠른 적응력으로 골망까지 가르는 활약을 펼쳐 보였다.
오현규는 지난 해 열린 카타르월드컵 최종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눈에 들어 마스크를 쓴 채 뛰어야 했던 손흥민의 만약 모를 불상사를 대비한 ‘예비선수’로 발탁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오현규가 대표팀과 모든 일정을 함께하며 귀중한 경험을 쌓았음은 물론이다. 실질적으로 최종 엔트리 멤버들과 등등한 대우를 받기도 했다.
오현규는 이미 K리그에서도 2022년 한 시즌 사이에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두 자릿수 득점과 수원 삼성의 승강 PO 잔류를 이끌어내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랬던 오현규가 셀틱으로 가서인지 수원 삼성은 16라운드가 진행된 현재 K리그1의 12개팀중 꼴찌에 머물러 있다. 오현규를 셀틱에 보낸 이병근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만에 경질되기도 했다.
셀틱행을 사양한 조규성도 소속팀 전북현대와 본인의 부진, 부상까지 겹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조규성은 올시즌 고작 4경기에만 출전, 1골을 넣고 있다. 그나마도 필드골이 아닌 페널티킥 골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3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전북현대의 부진(16경기 현재 8위)에 영향을 미쳤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고 있다.
아직 시즌 3분의 1쯤 지난 시기일 뿐이고, 5월 21일 열린 14라운드부터 복귀해 6월 3일 16라운드 울산전에서 헤더골을 터트렸지만, “유럽 진출을 원하던 조규성을 억지로 잔류시킨 게 선수와 구단 양쪽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된 것이 아니냐”(앞의 오마이뉴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하는 오현규의 활약이라 할까.
아무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A매치 2연전(콜롬비아·우루과이)에서 오현규를 ‘조커’로 기용하며 그 잠재력에 주목했다. 오현규는 “짧은 시간에도 번뜩이는 플레이로 기대에 부응했고, 카타르월드컵에서 대표팀의 최전방을 책임졌던 두 선배 공격수 황의조와 조규성의 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앞의 오마이뉴스)는 평가를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4월 15일부터 유럽 현지 소속팀을 방문하여 손흥민·김민재 등 유럽파 태극전사들을 점검했다. 스코틀랜드를 직접 찾아 오현규를 격려하기도 했다. 오현규가 이제 A대표팀 전력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질 만큼 그 위상이 높아졌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 할만하다. 유럽 무대를 누비는 우리 축구 선수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움은 더 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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