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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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클래스 손흥민57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5.3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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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5월 29일 0시 30분(한국시간. 이하 같음.)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전(38라운드)이 20개 팀 동시에 펼쳐졌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손흥민의 토트넘은 리즈 유나이티드전에서 4대 1로 승리했지만, 7위 애스턴빌라가 브라이튼을 이기는 바람에 8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로써 토트넘은 7위에 주어지는 유로파 컨퍼런스리그에도 나가지 못하게 됐다.
토트넘이 유럽대항전에 나가지 못하는 건  2008-2009시즌 이후 14년 만이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도 유럽대항전에서 뛰지 못하는 게 처음이다. 인터풋볼(2023.5.29.)에 따르면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2016-2017ㆍ2017-18ㆍ2018-2019ㆍ2019-2020ㆍ2022-2023),유로파리그( 2015-2016ㆍ2020-2021), 유로파 컨퍼런스리그(2021-2022)를 누볐다.

손흥민의 EPL 득점왕 수상과 함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를 차지한 지난 시즌을 감안하면 초라한 결과라 아니 할 수 없다. ‘월드 클래스 손흥민36’(전북연합신문, 2022.8.11.)에서  EPL 1라운드 사우샘프턴전 4대 1 승리에 대해 말한 걸 잠깐 들춰보자.
“불과 한 경기를 보고 예단하는 게 좀 그렇지만, 토트넘이 이룬 개막전 4대 1 대승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토트넘이 리그 개막전에서 3점차 승리를 거둔 것은 1986년 애스턴빌라를 3대 0으로 이긴 뒤 36년 만인데, 팀의 주 득점원인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골 없이 4골이나 나왔다는 점에서다. 토트넘이 ‘손케 듀오’ 득점에 기대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는 팀임을 보여준 셈이”란 평가가 그만 무색해져버린 듯해서다.
그뿐이 아니다. 당시 보도(스포티비뉴스, 2022.8.8.)를 보면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8월 8일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 홋스퍼가 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한 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토트넘 골키퍼 출신 브래드 프리델 또한 “콘테 체제의 토트넘을 우승 후보에서 배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란 말까지 했다.
영국 BBC는 2022-2023시즌 EPL 최종 순위 전망에서 토트넘을 3위로 뽑기도 했다. 노컷뉴스(2022.8.5.)에 따르면 BBC는 8월 5일 축구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한 최종 순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1위부터 4위까지 예상 팀을 정하고 BBC가 순위에 따라 차등 점수를 매겼다. 합산 결과 맨체스터 시티가 79점을 받아 우승할 것으로 뽑혔다.
이어 리버풀이 74점으로 2위였다. 3위는 38점을 받은 토트넘이다. 22명 중 17명이 토트넘을 3위로 뽑았다. 토트넘은 1~2위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4명은 4위로 대답했다. 이어 4위는 첼시(16점), 5위 아스널(8점), 6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5점)가 이름을 올렸다. 그야말로 전망일 뿐이지만, 정작 최종 순위는 그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게 돼 씁쓰름하다.
토트넘보다 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은 첼시다. 첼시는 2021-2022시즌 3위팀이다. 그 이전 2020-2021시즌엔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다. 총 7,885만 유로(약 1064억 원)의 우승 상금을 챙긴 첼시가 EPL 20개팀중 12위라니! 오히려 토트넘이 8위를 차지한 게 장한 일이라 할 정도의 추락이다.
축구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음을 보여준 EPL 성적 판도라 할까.
한 가지 되돌아볼 건 콘테 감독 경질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콘테 감독을 경질하던 3월 A매치 기간 때만 해도 토트넘은 28경기 승점 48점으로 EPL 4위였다. 하지만 콘테 감독 경질 이후 대행과 그 대행의 대행 사령탑으로 경기를 치렀다. 콘테 경질 이후 남은 10경기에서 3승 2무 5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끝내 8위에 머물며 시즌을 마치게 되어서다.
그럴망정 손흥민은 선발로 나와 전반 2분 해리 케인의 선제골을 도왔다. 손흥민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페드로 포로의 패스를 받아 박스 안에 위치한 케인에게 공을 전달했다. 케인이 이걸 오른발로 받아 득점했다. 손흥민의 리그 6호 도움이자, EPL 통산 47번째 케인과의 합작골이다. 케인의 이적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합작골이다.
내친김에 말하는데, 안타까운 것은 케인이다. 케인은 리그에서 30골을 터트렸지만, 득점왕은커녕 3개의 유럽대항전에 나가지 못하는 굴욕을 안게 됐다. 이를 두고 토트넘 전문 매체인 ‘스퍼스 웹’이 경기 후 일갈했다. “케인이 유럽대항전에서 뛰지 않는 것은 범죄다. 구단은 케인의 미래와 관련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분노를 표했다.
아무튼 손흥민은 이번 시즌 안와골절 부상과 감독 경질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EPL에서 10골을 넣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2골,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대회 2골을 보태 공식전에서 모두 14골을 기록했다. 도움은 6개다. 14골 6도움으로 공격포인트는 모두 20개다. 7시즌 연속 공격포인트 20개 이상을 달성한 손흥민이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에 오른 지난 시즌 성적(24골 8도움)보다 공격포인트가 크게 줄었으나 손흥민은 힘겨운 시즌을 보내다가 막판 뒷심을 발휘했다. 기어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통산 100호골을 돌파하기까지 했다. 참 세월이 빠르다. 손흥민의 EPL 득점왕 소식에 월드 클래스라며 환호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로부터 벌써 1년이 훌쩍 흘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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