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스런 정치인의 전유물 후안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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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스런 정치인의 전유물 후안무치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3.1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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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고전여담에 후안무치(厚顔無恥)란 고사성어가 있다. 한 마디로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라는 뜻으로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경우를 말한다,
뻔뻔하게 수치심을 모르는 사람을 두고 한 말이다. 견줄 데 없이 뻔뻔스럽고 염치없는 사람을 뜻할 때 사용된다. 비슷한 고사성어로 철면피, 파렴치 등이 있다. 잘못이나 실례를 저지르고도 전혀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 뻔뻔한 사람을 가리킨다. 

우리말에도 ‘얼굴이 두껍다.’는 표현이 있다. 때문에 예의가 없고 겸손하지 않은 사람을 얼굴이 두껍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런 사람을 비유해 ‘낯짝이 없다’는 표현으로 쓰인다. 
특히 정치판에선 상대편을 비난할 때 자주 쓰는 상용어지만, 보통 사람들 사이에선 큰 욕이다. 정치인의 전유물이었던 ‘뻔뻔함’은 이제 대중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 정치인들의 정체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의 자질은 무엇일까? 단연 후안무치일 것이다.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도덕감정을 고수한다는 건 사실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상황에 따라 언행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높이 오른 사람일수록 후안무치를 저지른 건수가 많고 농도도 짙을 수 있다. 피부가 얇고 부끄러움을 잘 타는 사람이 정치인이 되거나 조직의 리더가 된 걸 본 적이 있는가? 설사 있다 하더라도 유능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느 영역치고 그 속성과 무관하랴만, 본격적인 권력투쟁이라는 점에서 정치를 따라갈 수 있는 영역은 없다. 그건 평소 후안무치하기 때문이라고 답으로 대신하면 되겠다. 정치권의 후안무치는 새삼 경외감을 갖게 한다.
이번에도 3·1절부터 임시국회를 열어 놓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 나갔다. 민주당은 여당인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산적한 민생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공휴일 국회 개회를 강행했다. 하지만 3월 1일 첫 날 국회 개원일은 온 종일 비어 있었다. 
본회의는 물론 상임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다. 법안을 처리할 본회의는 23·30일로 멀리 잡혀 있다. 그런 틈새에 민주당 내 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 20여 명은 “당의 진로, 총선 준비’ 등을 논의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워크숍을 다녀왔다. 
외유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정청래 위원장과 고민정·조승래 의원 등도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다녀왔다. 같은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가지 않았다. 
민주당 안민석·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도 3·1절을 맞아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신청 철회’ 촉구 서한을 전달한다는 이유로 일본에 다녀왔다. 그리고 국회 수장인 김진표 국회의장도 8일부터 튀르키예와 이스라엘로 해외순방을 떠났다. 
이럴 거라면 왜 국회를 열었나? 민주당 지도부가 굳이 3·1절부터 국회를 연 것은 이재명 대표 방탄에 단 하루의 빈틈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 1월에도 굳이 열 필요가 없었던 임시국회를 열었다. 
그때도 국회의원 20여 명이 무더기로 외유를 다녀왔다. 민생을 앞세워 생떼를 쓰며 국회를 열었으나 지난달 2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지도부까지 줄줄이 외유를 다녀 온 것이다. 
한마디로 방탄국회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후안무치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국민을 기만한 것이나 다름 없다. 현재 국회에는 지금 노동 양극화 현상으로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으로 문을 닫거나 폐업하는 등 최대의 심각한 처지에 처해있는데도 노동법 개혁법안을 수년이 되도록 야당은 깔아 뭉개고 있다. 이밖에도 수많은 민생경제법안 등이 산적해 있다. 이러고도 민주당이 ‘민생’을 말할 자격이 있겠나? 
거대 야당의 대표는 온갖 비리 의혹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느라 정신이 없고, 소속 의원들은 외유를 즐기고 있으니 기가 찰 따름이다. 민주당이 지금 신경 써야 할 것은 ‘방탄꼼수’가 아니라 민생과 경제를 위한 각종 입법처리이다. 
국회 본연의 역할과 책무를 팽개친 채 이 대표의 ‘사당화’에 매달린다면 혹독한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너도 나도 나가는 국회의원들의 해외연수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후안무치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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