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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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클래스 손흥민50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2.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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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토트넘의 손흥민이 2월 20일 01시 30분(한국시간. 이하 같음.)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 웨스트햄전에서 상대 골망을 가르며 팀의 2대 0 승리를 견인했다. 후반 23분 교체 투입된 후 4분 만이다. 손흥민은 케인의 패스를 이어받은 후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웨스트햄 골망을 흔들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1월 5일 크리스탈 팰리스전(4대 0 승) 이후 리그 6경기 만에 골맛을 봤다. 해리 케인의 골을 도운 1월 24일 풀럼전(1대 0 승) 이후 3경기 만에 작성한 공격포인트이기도 하다. 이 골로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22경기서 5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골,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2골을 더하면 이번 시즌 공식전 기록은 9골 3도움이다.

또 EPL 역대 최다 골 합작 기록을 보유한 손흥민과 케인은 이 기록을 45골로 늘렸다. 선발이 아닌 교체 출전인데, 손흥민이 이번 시즌 EPL에서 교체 선수로 경기에 나선 건 지난해 9월 18일 레스터시티전 이후 두 번째다. 유의해 볼 것은 두 경기 모두 골을 기록했단 사실이다. 레스터시티전에선 해트트릭까지 작성했다. 리그 5골중 4골이 교체 출전에서 나왔다.
아니나다를까 손흥민의 이번 시즌 두 번째 교체 출전을 두고 현지에서는 논쟁이 벌어졌다. 동아일보(2023.2.21.)에 따르면 EPL 득점왕 출신의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는 “손흥민은 (선발 출전 명단에서 제외해) 분발하게 만들수록 더 잘했고 득점을 했다”며 “나라면 계속 손흥민을 교체 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브라이턴에서 공격수로 뛰었던 글렌 머리는 “손흥민은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이자 팀에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선수”라며 손흥민의 선발 출전을 지지했다. 웨스트햄과의 경기 후 손흥민은 “교체 출전을 좋아할 선수는 없다. 하지만 벤치에 있을 때도 팀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한다”며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고, 더 잘하고 싶다”고 했다.
경기 최우수선수(맨 오브 더 매치)에 뽑히기도 한 손흥민은 이번 골로 EPL 통산 득점을 98골로 늘리면서 아시아 선수 최초 100호 골에 두 골만을 남기게 됐다. 스포츠조선(2023.2.21.)에 따르면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으로는 97골을 기록한 테디 셰링엄을 넘어 팀 최다 득점 2위에 올랐다. 1위는 앨런 시어러(260골), 웨인 루니(208골)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200골 고지를 밟은 해리 케인이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웨스트햄전 골은 토트넘에게 중요한 승리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프리미어리그 시대 토트넘의 역사를 썼다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골이었다”며 “손흥민은 1992~1993시즌 시작된 프리미어리그에서 토트넘 선수 역대 두 번째 100호골 선수가 되기까지 단 2골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전했다.
웨스트햄전 골은 그동안 부진을 불식시킬만한 득점이라 할만하다. 웨스트햄과 경기 전, 손흥민을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손흥민은 1월 5일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골맛을 본 후 리그 5경기 연속 침묵했다. 2월 15일 열린 AC밀란과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부진을 이어가며 팀의 패배를 지켜봤던 손흥민이다. 
당시 토트넘 출신의 축구전문가 제이미 오하라는 “최근 토트넘 몇몇 선수에게 보이는 모습은 확실히 충격적”이라며 “도대체 손흥민에게 무슨 일이 있던 건가? 이전만 못 하다. 말도 안 된다”고 혹평했다. 손흥민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을 인정하며 “팀과 팬, 구단에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그러나 웨스트햄전 골로 손흥민에 대한 혹평은 찬사로 급변했다. 가령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벤치에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 (손흥민이) 또 한 번 득점으로 반응했다. 케인의 패스를 보고 달려가 훌륭한 터치 후 슈팅을 때렸다”며 평점 8을 줬다. 결승 골의 주인공 에메르송(9점) 다음으로 높은 점수다.
EPL의 전설적인 공격수 로비 킨은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지난 시즌 EPL 최고 선수 중 한 명이었던 손흥민은 올 시즌 고전하고 있다”면서도 “이따금 자극이 필요한데, 손흥민은 이에 바람직한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엄지를 세웠다. 담낭염 수술 후 회복 중인 안토니오 콘테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은 스텔리니 수석코치도 손흥민을 향한 변함없는 믿음을 드러냈다.
“손흥민의 자신감은 100%다. 대신 체력 회복이 필요했다”고 교체 출전 배경을 설명한 스텔리니 수석코치는 경기 후 “벤치에 있던 손흥민을 투입하는 시점이 중요했다. 공간이 있을 때 손흥민은 놀라운 활약을 보여준다. 우리는 손흥민을 그런 식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손흥민이 골을 넣어서 기쁘다”고 칭찬했다.
 한편 손흥민이 골을 넣자 웨스트햄 팬들로 추정되는 일부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섞어가며 트윗을 올리는 등 인종차별이 또 벌어졌다. 잊어버릴만하면 벌어지는 인종차별이 공분(公憤)을 샀음은 물론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는 ‘월드 클래스 손흥민51’에서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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