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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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2.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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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은 ‘담대한 구상(audacious initiative)’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의 ‘비핵·개방·3000’ 계획과 다른 점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상응하여 경제지원을 하는 것뿐 아니라, 정치·군사 분야 조치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정책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경제지원은 물론이고 미북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군사적 신뢰구축 및 군비통제, 평화체제 구축 등도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려는 ‘담대한 결정’을 할 것인가의 여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남북간 경색국면에 비추어 보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과거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과 핵무기 개발을 중도에 포기한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북한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군사대국인 미국과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한참 열세인 북한이 맞붙을 때 후자가 비대칭전력인 핵무기에만 전적으로 의지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잘 알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 핵을 우리의 머리 위에 이고 사는 것도 우리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다. 이것이 진보, 보수 정부를 떠나서 공통적으로 안게 되는 딜레마이다.
북한은 2012년 헌법 개정을 통해 핵보유국임을 명시하였고, 이를 토대로 ‘핵·경제 병진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러다가 어느 정도 핵무력이 완성되었다는 판단 하에 2018년 4월 노동당 중앙위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의 종료를 선언하고 “사회주의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당의 새로운 전략노선으로 채택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핵무력 완성의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작년 9월 북한은 핵무력정책 법령을 채택하여 남한에 대한 핵선제타격을 정당화하였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핵무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전문가들도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이 예상된다는 것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도 독자적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었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70% 이상이 독자적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미국의 확장억제, 전술핵무기 재배치, 핵우산의 보호 아래 있지만 결정적인 시기에 미국의 지원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굳건한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 북핵문제에 대응해야 할 것이며, 자체적인 핵무장을 언급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일이다. 일단 미국이 승인할 가능성도 없고, 동북아 핵무장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악화시킬 뿐이다.
북한 드론의 서울 상공 출현 등으로 9.19 군사합의를 폐기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형식적이나마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바 있다. 그럼에도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진정으로 도모하기를 원한다면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과거 개성공단이 정치적 영향에 구애받지 않고 경제적 논리로만 운영하기로 한 ‘발전적 정상화(developmental normalization)’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과 미사일 실험 등을 이유로 폐쇄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 후에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었고, 123개 우리기업의 막대한 피해는 물론이고 남북 간의 유일한 경제협력과 소통 채널마저도 사라졌다. 
200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던 일을 국민들은 기억할 것이다. 보수정부 하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노무현 대통령 때 한미FTA 체결을 추진하였듯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담대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건과 장소에 관계 없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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