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세계 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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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세계 최장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2.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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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연간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중남미국가를 제외한 비교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 일을 하는 국민이다. 

이는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평균 4~500시간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독일의 경우 연간 근로시간이 1,349시간으로 한국이 566시간 더 많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많은 시간 일을 하고도 효율성은 하위권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지난해 기준 42.7달러로 OECD평균 55.8달러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며 순위는 29위로 나타났다. 일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나 수입은 이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많은 노동시간은 상대적으로 적은 여가시간을 의미한다. 여가는 소극적으로는 비(非)근로시간 또는 타인에 의한 종속적인 상황을 벗어난 공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여가는 삶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직업적 노동이나 학습으로부터 강제성이 탈피된 자유시간을 말한다. 적극적 의미의 여가는 자신이 스스로 관심을 갖거나 하고 싶은 것을 강제성 없이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긍정적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여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바로 삶의 의미와 즐거움 더 나아가 자아실현을 경험할 수 있는 의미이다. 여가시간이 많을수록 결국 개인의 행복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럽인들의 행복도가 높은 이유는 높은 소득과 비례해서 많은 여가시간이 그들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냄으로써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복지제도와 안정된 사회시스템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주 35시간 노동시간을 실현시키고 있다. 독일은 이에 더 나아가 주 28시간까지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더 많은 노동시간을 통한 소득의 증가보다는 여가시간의 확보를 통한 삶의 질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럽인들의 사고와 가치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국가에 비해 한국인의 행복도는 OECD국가 중 하위권이라고 한다. 한국인의 행복도가 낮다는 사실은 여러 사회적 현상으로도 증명이 된다.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크 베라르디가 본 한국사회의 특징을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리듬의 초 가속화 등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세계 최고의 청년과 노인 자살률, 사십대의 높은 돌연사율, 경쟁주의 삶,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방과 후 학원 뺑뺑이, 중등학교에서의 밤늦은 시간까지의 방과 후 수업, 직장 내 만성적인 초과근무, 살인적 업무스트레스 등등은 행복감을 뺏는 중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공통적으로 적은 여가시간이 주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사회는 지난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부지런함과 쉼 없는 노동 그리고 질 높은 인적자원을 통해 오늘의 부를 만들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성과와는 다르게 낮은 행복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국민의 삶의 질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정책이나 환경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는 무엇보다도 노동시간의 축소를 통한 여가시간이 보장이 되는 삶이 우선되어야 한다. 
노동생산성의 고도화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환경 구축을 위한 노력이 더해질 때 행복도 또한 높아지게 될 것이다. 2023년에는 한국의 경제력에 걸맞게 국민의 행복도도 높아지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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