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판 익수사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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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판 익수사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돌아간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1.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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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덕진소방서 구조대 소방위 진재훈
 

 

얼마 전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세병호에서 두 건의 익수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였다. 아파트 단지 내에 둘러싸인 호수와 잔디밭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풍경으로 전주시민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던 세병호에서 발생한 사고이기에 익수사고 소식은 많은 이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두건의 익수사고의 원인은 얼었던 얼음이 해빙되는 과정에서 얼음의 해빙 정도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세병호에 들어갔다가 얼음이 깨지면서 물에 빠지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요즘은 영하권으로 낮아진 기온으로 인해 주요 하천이나 저수지가 얼기 시작하며 얼음낚시 또는 얼음지치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빈번하게 익수사고가 발생하는 시기이다.
일단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어린아이들은 물론이고 호기심이 많은 성인조차 주의 없이 얼음판에 덤벼들게 되는데, 얼음이 안전한 상태인지, 이제 막 얼기 시작한 시기인지, 녹기 시작한 시기인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얼음낚시나 얼음지치기 등을 하던 중 물에 빠지게 된 경우, 철저한 준비 없이 얼음구멍에 빠진 사람을 구하러 뛰어 들어가게 되면 구조자 역시 구조대상자와 같은 곤경에 빠지게 되고 말 것이다. 이에 겨울철 빙판 익수사고 시 다음과 같이 안전하게 대처하여야 제2의 익수사고를 방지하고 인명구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주변에 있는 구명환이나 페트병, 아이스박스 등 물에 뜨는 부력재를 로프에 묶어서 익수자에게 던져주는 것이 안전하다. 만약 익수자에게 접근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체중을 분산될 수 있도록 엎드려서 접근해야 한다. 익수자를 밧줄을 이용하여 끌어올릴 때는 나무에 묶거나 여럿이서 힘을 합쳐서 끌어 올려야 한다. 이때 밧줄을 당기다가 익수자 쪽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익수자가 얼음 위로 올라왔다면 천천히 엎드려서 나올 것을 알려주고, 얼음 위로 나온 이후에 익수자의 젖은 옷을 벗기고 마른 옷이나 담요를 덮어서 체온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얼음 위로 올라오는 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수중에서의 체온 상실이 공기 중에서보다 25배가량 크므로 어떻게 해서든 얼음판 붙잡고 물에 떠서 구조자가 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구조자가 수중으로 들어가 구조하려는 것 역시 금물이다. 물과 얼음판 간의 사이에는 공기가 많지 않고, 구멍으로부터 멀리 헤엄을 치면 들어간 입구를 다시 찾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위험에 처한 사람이 자가 구조가 가능한 경우라면 몸무게로 인해 얼음이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먼저, 배를 깔고 기어 나와야 한다. 이후 얼음이 단단해 보일지라도 구멍에서 멀어지기 전까지는 무릎을 꿇거나 서려고 해서 안 된다. 단단하게 얼지 않은 얼음은 새가 날개 펴듯이 넓게 체중을 나눠 분포해 있다면 무게를 지탱하겠지만, 무게가 발이나 무릎처럼 작은 포인트에 집중될 때는 얼음이 깨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원리로 가벼운 사다리는 얼음구조에서 매우 훌륭한 장비이다. 왜냐하면 구조자가 사고자의 무게를 넓은 얼음 위에 분산시킬 수 있고 좋은 손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누구라도 호수에 들어가는 사람을 목격한다면 즉시 위험경고 알리고 신속히 119에 신고하여야 한다.
겨울철 호수나 저수지의 얼음은 겉보기엔 단단해 보일지라도 기온 하강과 상승을 반복하며 강도가 약해져 언제라도 깨질 수 있으므로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바둑기사로 언급되곤 하는 이창호는 평소 그의 신중하고 기풍으로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안 건너가고 돌아간다’라고 묘사되곤 했다. 이런 그의 조심성과 신중함이 결국 그를 최정상의 경지에 이르게 할 수 있었음을 전하며 겨울철 빙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모두 호수나 저수지의 빙판을 두들겨보고도 들어가지 않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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